이탈리아로 떠나던 날, 생애 처음으로 해외 비행기를 탔다. 일본항공이었다.
당시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일본에 살고 있어서,
긴 경유 시간 동안 하루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그 친구가 일부러 호텔까지 나와줬다.
오랜만에 만나니, 끝도 없이 수다를 떨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걔 아직도 연락 와?"
"그 치킨집 기억나? 우리 진짜 자주 갔었잖아."
그 시절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마치 세상이 새로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일본 호텔, 지금 보면 평범한 비즈니스호텔이지만—
그땐 어쩐지 참 좋아 보였다.
그러다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유학 가서 살아남는 사람들 보면... 독하더라.
나는 못 버티겠기에 돌아가기로 했어. 너무 힘들더라고."
그때는 그 말을 그냥, '아, 힘들었구나' 하고 넘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 안에는 현실의 쓴맛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 말을 그때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건,
내가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였기 때문이다.
그저 '떠나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던 시절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