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소각로에 들어가는 너를 지켜보며,
47살, 여전히 젊은 아버지였던 너와,
26년 내 삶을 함께 담은 너를,
그렇게 보냈다.
길었던 너의 고통은 이렇게 끝이 나고 있었지만,
남겨진 우리들의 슬픔과 눈물은 이제 어디로 흘러야 할지 갈 곳을 잃었다.
너는 한참을 타오르다,
그 불꽃의 끝에서 우리를 다시 불렀다.
"수골 중에 고인의 치아 보철이 나왔는데 보관하시겠어요?"
유리창 아래 작은 구멍으로,
네 뼛조각 사이에서 찾아낸 것들을 건네받았다.
아 그래,
이 이빨 다시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문득 너와 함께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던 날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것들을 만지작 거리며 아이들 유치와 함께 보관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낯선 아말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건 뭐지? 시가에 가서 새로 한 건가?'
순간적으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레진은 내가 쩔쩔매며 휠체어를 밀어 그 경사 가파른 친구네 치과에 올라가 한 것이고,
이것들은 어릴 적에 했던 치료인데, 이건 내가 모르는 것이다.
너와 떨어져 있던 시간들 속에서 나와 공유되지 않은 조각을 발견했다.
이 와중에 나는 말도 안되는 질투심을 느꼈다.
네가 시가에 병간을 가자마자 보내왔던 소장을 보고 마주했던 혼란스러움이 순간적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엄마 이거 가져가게요?"
"아빠 이빨 가져가서 뭐 하게"
"여기서 폐기하게 그냥 둬."
아이들이 그것들을 그냥 두고 가자며 한마디씩 한다.
난 그것들을 다시 유리창 너머로 건넸다.
"그냥 다 폐기해주세요."
나만 바라보던 너를 시가로 병간 보낸 뒤,
소장과 서면 속 차가운 글자로 되돌아온 너를 마주하며,
슬퍼하고, 분노하고, 절망했지만,
나는 너를 여전히 놓을 수 없다.
어떻게 너는 나를 버릴 수 있을까.
어떻게 나를 상처 입히고,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그들 편에 설 수 있었을까.
어떻게 너는 나를 두고 이렇게 떠날 수 있을까.
그 원망들은 너를 가로챈 모든 것들을 향한 질투로 변했다.
나는 너를 빼앗은 모든 것을 질투한다.
너를 앗아간 그들을,
너를 데려간 하늘을.
차리라 어리고 예쁜 여자에게 너를 뺏겼다면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을까 한다.
이렇게 미안하진 않았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