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싫어하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살짝은 무서워해서 만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새로 이사 온 아파트 단지에서 하얀 고양이가 볼이 꼬질꼬질한 채로 자주 나타난다.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와서 부비부비 하는 걸 보면 개냥이가 분명하다. 개냥이를 처음 보기도 하고, 길냥이가 이렇게 하얄 수가 있나 싶어서 기억은 하고 있었다. 그때가 2019년 10월이었다.
결론적으로 2021년 4월 현재, 그 하얀 고양이는 내가 사는 집의 주인이 되었다. 이제 나는 3개월 차 초보 집사다. 벌써 3개월이 되었는지 아직 3개월인지 말할 수도 없는 다사다난하고도 신기한 초봄의 날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길냥이 입양기를 쓰고 싶어서가 아니다. 물론 우리 하얀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똑똑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인스타를 파기도 했지만, 이 자리를 통해서는 좀 더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동물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어쩌다 집사가 되어, 세상을 그 전과는 다르게 바라보며 확신하게 된 사실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