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레트 쥬르뎅의 초상화

모딜리아니

by 일뤼미나시옹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인 순박한 두 손에는 따뜻한 온기가 배어 있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빵을 굽고 설거지를 하고 화덕에 불을 지피고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손님을 맞았던 손이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세계에 내놓은 두 손이 저리도 세상에게 공손하다. 머리를 질끈 동여 멘 뒷머리 아래 우아한 목선은 빵집을 드나들던 청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깻잎 머리로 드러난 이마 밑으로 옅은 색조 화장의 볼이 그녀 삶이 건강하고 소박하며 사치를 부리거나 지나친 멋을 부리는 일을 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소심해 보이는 다문 입술과 입안에는 사탕을 하나 넣은 듯 볼이 부풀어 있고, 가던 길을 막고 기어코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화가에게 약간은 뾰로통한 얼굴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검은 옷은 몇 해 째 빨아 입어 변색되어 가고 있지만, 평상복으로 이만한 것도 없다 싶게 즐겨 입는 듯하다. 빵집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화가에게 붙들려 모델이 된 그녀의 배경을 이루는 벽과 나무 현관은, 수더분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읍에 사는 한 소녀의 생에 꼭 어울리는 배경이다. 화가는 이 소읍의 빵 굽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보편성 깃든 휴머니즘을 발현해내고 있다. 인체의 부드러움과 균형감이 생의 충만을 느끼게 하면서도 두드러지거나 격한 감정의 이입 없이 차분하고 따뜻하며 안정감 있게 한 인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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