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EU 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현재 2008년 가이던스(2008 Guidance)를 대체하는 가이드라인(Guidelines)의 초안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모두 시장지배적 지위의 배제적 남용(exclusionary abuse)에 대한 것으로 아쉽게도 착취(exploitation)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어쨌든 현대 경쟁법의 단독행위 규율 중심은 배제(exclusion)고 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곧 경쟁제한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지금까지 가이던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가이드라인도 향후 EU 경쟁법의 집행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참고로 내가 예전에 (간접적이지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서 착취와 배제와 관련해서 쓴 포스팅들은 이곳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현재까지 생각으로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의 핵심은 이른바 "Intel-proof" (see, Intel, para 138 et seq)로 인해서 생긴 행정절차상의 부담 증가를 타개하기 위한 위원회의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2017년 Intel 판결 이후 거의 모든 남용 사건에서 경제분석으로 경쟁제한성의 증거를 다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지배력 남용의 폐해와 한정된 집행 자원을 고려할 때 지나친 부분이 있었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이번 이니셔티브를 진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남용을 (1) 배제효과 분석이 필요한 유형, (2) 배제효과가 추정되는 유형, 그리고 (3) 노골적인 제한 이렇게 세 유형으로 나눈 부분이 그렇다(Draft Guidelines, para 60). 이러한 행위 유형 분류(categorization)는 위원회가 '앞으로 몇몇 행위들은 효과를 따지지 않고 위법한 것으로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이러한 집행 방향의 변화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갈지 EU 차원은 물론 회원국과 다른 관할권(한국 포함)에 미칠 영향까지 주목해서 천천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단 가이드라인 초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고 있고 곧 Weck 교수님의 발제도 있으니 정리는 좀 뒤로 미뤄두려고 한다.
이번 글은 가이드라인 내용보다는 왜 그리고 그보다 중요하게는 어떻게 위와 같은 행위 유형 분류, 그러니까 효과주의로부터의 거리두기가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정리해보기 위한 것이다. 아마 오랫동안 경쟁법을 연구해오거나 국내의 관련 사건들(예컨대 퀄컴 등)을 다뤄온 분들에겐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테지만, 일단 난 공부가 필요하고, 그리고 혹시 다른 분들 중 관심있지만 잘 몰랐던 분들께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써보게 되었다.
먼저 왜 2008년 위원회가 '법의 해석 지침인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위원회의 법 집행 우선순위에 대한 가이던스(Guidance)'를 만들었던 것인지부터부터 리마인드해보자.
2000년대 초반 위원회는 British Airways 결정이나 Michelin II 결정처럼 형식주의(formalism) 법 집행이 초래하는 과잉 금지 오류(false positives) 비판(예컨대 Motta (2006); Chalmers et al. (2019), pp.955-957), 이른바 "정당성의 위기(legitimacy crisis)"에 직면했었다고 한다(Colomo (2023), pp.48-50). 그리고 당시 위원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효과주의 또는 경제학적 접근의 강화(more economics-based approach)를 시도한다. 즉, 이전처럼 거래 거절이나 비용 미만으로 가격 또는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Monti (2023), starting at 9:21) 어떤 행위든 그 자체보다는 그로써 소비자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판단해 금지하는 것으로 법의 내용을 바꾸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바로 위원회에게 ‘앞으로 남용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식의 법 해석 지침을 제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Monti 교수는, 당시 위원회에겐 남용행위에 관해서는 기업결합과 달리 법 해석 관련 입장을 낼 수 있는 어떤 법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Regulation 139/2004, recital 28), 공동행위처럼 집행례가 충분히 누적된 상황도 아니었기에 가이드라인은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한다(Monti (2023), starting at 3:29).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그때까지 법원 판례들이 위원회가 지향하는 효과주의를 뒷받침해주는 것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점도 큰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L. Gormsen (2010)).
하지만 이런 제약 조건들 속에서도 결국 위원회는 남용 규정의 집행 초점을 행위 외형(form)이 아닌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 효과 중심으로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 어떻게? 바로 자신이 확실히 재량권을 갖고 있는 ‘집행 우선순위’에 관한(Automec, para 77) 지침을 제시하는 방법이다(L. Gormsen (2010)). 즉, 법원의 해석 권한은 건들지 않고, 남용의 판단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법 집행 사건 선별 기준’을 제시하면서 여기에 소비자 후생 기준을 반영시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효과 중심의 경쟁법 집행을 도입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결과물이 바로 2008년 집행 우선순위 가이던스다. 당시 위원회가 가이던스 제정 과정에서 고민했던 흔적은 현재 가이던스 서두에도 잘 남아있다(Guidance, paras 2-3).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하는 2008년 가이던스 채택의 이유다.
그렇다면 이러한 EU 위원회의 시도를 법원은 어떻게 보았을까?
물론 지금은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다. Long story short, 2010년도 판결들에서 법원은 가이던스의 입장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하였고 2020년도 판결들에서는 아예 법원이 명시적으로 가이던스를 인용할 정도에 이르게 된다(e.g., Servizio, para 54; Unilever, para 51).
하지만 EU 법원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가이던스 이후 처음 이뤄지는 법리적 판단으로 기대를 모았던 2011 TeliaSonera 사건에서, 법원은 이윤압착과 거래거절은 서로 다른 별개 유형이고 이윤압착에는 거래거절 법리가 적용되지 않다고 보면서(para 56, and paras 54-59. Also, para 72) (2023년 개정 전) 가이던스(para 80)와 분명히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온다(2009년 linkLine). 미국과 비교할 때, 경쟁 사업자가 이윤을 낼 수 있는 압착 행위까지 불법으로 본 EU 법원의 판결은 경제 현실과는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것으로서 꽤 강렬한 (그리고 정당한)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예컨대, Petit (2014), p.7 et seq).
다만, Monti 교수가 설명하는 것처럼(Monti (2023), starting at 21:47), 이 판결을 두고 EU 법원을 너무 깎아내리는 것은 좀 지나친 느낌이 없지 않다. 당시 법원으로서는 리스본 조약 제정 과정에서 불거진 프랑스 발 '산업정책' 논리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였고(Nazzini (2011), footnote 27) 효과주의 같은 논의에는 신경쓸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정상 TeliaSonera 사건에 경쟁법 선례로서의 중요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점 정도로 정리하고 이 판결은 넘어가는 게 좋겠다.
EU 법원이 효과주의에 전향적 태도를 드러낸 것은 거의 이론의 여지 없이 2012년 Post Danmark I 판결이다. 난 개인적으로 실무가가 아닌 연구자로서 2017년 Intel보다는 Post Danmark I 사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판결에서 효과주의로 전환하는 또는 앞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의 토대가 되는 개념이 제시되고, 많은 중요한 설명과 논증, 그리고 판시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Post Danmark I 역시 Intel처럼 대재판부(Grand Chamber) 판결이었다.*
* 대재판부(Grand Chamber)는 15인으로 구성되며 전원재판부(Full Court)는 아니다(Art. 16, Statute). 하지만 전원재판부는 열리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EU 법에서는 대재판부 판결이 사실상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중요성을 갖는다.
이 사건 사실관계는 간단하다. 덴마크 우편 사업자 Post Danmark가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일반 우편물 배달 시장에서 법적 독점 지위에 있었던 동시에 자유화된 인접 시장인 광고 우편물 배포 시장에서도 지배적 지위에 있었던 상황) 다른 광고 우편물 사업자의 주요 고객을 할인된 요금(평균총비용보다는 낮지만, 평균증분비용보다는 높았던 수준)으로 뺏어오려 한 것이 남용인지 문제되었던 사안이다.
문제는 법리 판단이었다. 덴마크 대법원의 선결적 판단 요청(preliminary ruling)으로 EU 법원이 심리하게 된 이 사건에서는 핵심은, 예전 AKZO 판결에서 제시된 약탈적 가격책정의 남용 여부 판단을 위한 2단계 테스트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AKZO에 따르면 평균가변비용보다 낮은 가격은 위법한 것이고, 그보다 좀 더 높긴 하지만 여전히 평균총비용보다 낮은 가격은 경쟁자 제거 의도가 있는 경우 위법한 것이 된다(AKZO, paras 71-72). 그런데 당시 사건에서 문제 가격은 평균가변비용보다 낮지도 않았고(당시 평균증분비용은 가변비용 및 일부 고정비용을 포함하였다. Post Danmark I, para 33), 그렇다고 경쟁자 제거 의도가 확인된 것도 아니었다(Id., para 29). 그렇다면 이 경우 어떻게 판단해야 좋은가?
위와 같은 덴마크 법원의 질문에 EU 최고법원(ECJ)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비용보다 낮은 가격의 남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효과 분석을 해야 한다고 답을 주었다(Id., paras 39-40).
일단 최고법원(ECJ)은 AKZO 판결에서와 다른 비용 개념을 사용한 것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para 34). 그러면서 이 사건처럼 낮은 가격(평균총비용보다는 낮지만, 평균증분비용보다는 높은 가격)이 문제 되는 경우(para 37), 회원국 법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동등한 효율성을 지닌 경쟁자가 장기적으로 버틸 수 없는 손실을 감당하지 않고서도 문제 된 가격에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para 38)의 관점에서 관련 정황들을 평가하여(para 39) 반경쟁적 효과를 판단할 수 있고(para 40), 이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주장하는 객관적 필요성이나 효율성 항변 등 정당화 사유를 고려해야 한다(paras 40-42)고 판결하였다.
그리고 위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논증 과정에서 정말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한 사항들을 설시·판시 사항들을 내놓는데 이들을 (내 기준으로) 간단히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i) ‘남용 금지의 목적이 지배적 사업자보다 덜 효율적인 경쟁자 보호에 있지 않다‘고 명시(Id., para 21);
(ii) ‘모든 배제적 효과가 반드시 경쟁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Id., para 22);
(iii) "장점·실력에 의한 경쟁(competition on the merits)"은 ‘그 정의상, 덜 효율적이고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가격, 선택, 품질, 혁신 등에서 덜 매력적인 경쟁자들의 구축(departure) 또는 주변화(marginalization)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며 동등효율경쟁자(AEC) 원칙을 처음으로 정식화(Id., para 22);
(iv) Roche 판결의 ‘남용’ 개념(Roche, para 91)을 단지 경쟁제한 효과가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피해·악영향(to the detriment of consumers)”을 주는 경쟁제한 효과로 구체화(Post Danmark I, para 24);
(v) Michelin I 판결에서 시작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특별 책임(special responsibility)”의 의미(Michelin I, para 57)를 사업자가 경쟁의 결과로 지배적 지위를 갖게 된 경우보다는 과거 법적 독점으로 지배적 지위를 갖게 된 경우에 고려될 요소로서 (사실상) 제한(Post Danmark I, para 23);
(vi) 가격차별만으로는 남용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Id., para 30) 등.
돌이켜보면 이들은 모두 2008년 가이던스의 내용·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서 하나같이 매우 중요한 설시·판시 사항들이었다. 예를 들어서, 2008년 가이던스에서, 장기평균증분비용(long-run average incremental cost, ‘LRAIC’)을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2008 Guidance, para 26 et al), 남용 행위의 정당화 사유로서 객관적 필요성과 효율성 항변을 구별해서 보고 있는 것(Id., paras 28-32), (비효율적) 경쟁자 보호가 아닌 가격, 선택권, 품질, 혁신 등 소비자의 이익 확보에 집행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Id., para 6), 동등효율경쟁자 테스트를 약탈적 가격의 남용 판단에 적용한 것(Id., para 67 et seq), 경쟁으로 얻은 지위와 법적 독점으로 얻은 시장지위를 달리 취급한 것(Id, para 82), 그리고 가격차별은 집행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 등이 그렇다.
좀 더 넓게 보면, 법원이 (남용 성립을 위해 반경쟁적인 배제 효과가 실현되었다는 것까지 증명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본 것은 전혀 아니지만) 실제 현실에서 경쟁자가 배제되지 않은 결과를 남용 성립에 부정적 고려 요소처럼 본 것 역시(Post Danmark I, para 39), 실제 배제의 증거를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본 가이던스(2008 Guidance, para 20)의 태도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 내가 참고한 그리고 참고할 만한 문헌으로는 Rousseva와 Marquis의 글(2012)이나 Gerard의 글(2013), 그리고 O’Donoghue and Padilla (2020), p.373, Colomo (2023) 등이 있다.
그렇다면 가격 할인이 문제된 Post Danmark I 판결 이후 다른 사안들에서 가이던스의 효과주의는 어떻게 되는가? 잘 알려져 있듯, 위원회의 효과주의, 경제학적 접근은 Intel 판결과 함께 리베이트로 그리고 비가격 행위로 점차 뻗어나간다.
Intel 판결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있고(심지어 퀄컴 I 소송 때 피심인 대리인 측에서는 아예 전문 번역본까지 제출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자주 분석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상세히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리마인드 차원에서 간단히만 되짚어보면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은 Intel이 고객사들에 제공한 로열티 리베이트가 경쟁자 AMD를 배제하여 경쟁을 제한하는지가 문제 되었던 사안이다. 2009년 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으로 다뤄진 이 사건에서 2014년 일반법원(GC)은 기존 Roche 판결의 판시(Roche, para 89)를 따르면서 이 사건 행위 같은 로열티 리베이트는 ‘객관적인 정당화 사유가 없는 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이 되고, 이때 해당 사안의 제반 사정에 따른 경쟁제한 가능성(capacity)에 대한 증거는 필요 없다’고 보았다(Intel (T-286/09), para 81). 나아가 같은 이유에서, 위원회가 수행했던 AEC 테스트는 그 내용이 어떻든 고려될 부분이 아니라고 보았고(Id., para 143), AEC 테스트를 적용한 이전 판례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비용-가격 비교가 아니고서는 위법성 확인이 어려운 이윤압착이나 약탈가격 사건들이고 배타적 조건에서 위법성을 찾을 수 있는 로열티 리베이트는 다르다고 보면서 후자의 경우 AEC 테스트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판결하였다(Id., para 152).
이 사건에서 AEC 테스트의 관련성이 이처럼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아마도 2009년 Intel 결정에서 위원회는 2008년 가이던스에서 스스로 약속한 것(2008 Guidance, para 41)을 지키기 위해 AEC 테스트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이는데(Monti (2019), p.3) 그 테스트 내용과 결과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었고 또한 결정문에서 제시된 사정들만으로는 Intel의 리베이트의 배제적 효과를 보여주기에는 충분치 않았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T-286/0, para 140; AG Opinion (2016), para 169 and para 172).
그리고 이런 배경에서 2017년 최고법원(ECJ)의 Intel 판결이 선고된다.
최고법원은 일반법원(GC)과 마찬가지로, Roche 판시를 따라 배타조건부의 로열티 리베이트는 남용이 된다고는 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법원은 ‘행정절차에서("during the administrative procedure"), 사업자가 (자신의 행위에) 경쟁제한 가능성이 없다("not capable of restricting competition")는 점을, 특히 위원회가 주장하는 배제적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in particular, of producing the alleged foreclosure effects"),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기반으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기존 판례법이 좀 더 분명하게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further clarified")’고 하면서(Intel, para 138), 이런 경우 위원회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정도(position), 문제 행위의 범위(coverage), 리베이트 제공 조건 및 방식, 리베이트 기간과 크기, 그리고 동등효율경쟁자 배제를 목표로 한 전략의 존재 여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하였다(para 139).
잘 알려져 있듯이, 이와 같은 판시는 위원회의 2008년 가이던스(예컨대 AEC 테스트)가 집행 우선순위를 넘어서 위법성 판단 기준(legality test)처럼 기능하게 만든 것으로서 거의 효과주의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럼 다음 질문. 위 Intel 판결에서의 판시 사항들은 로열티 리베이트에만 한정되는가 아니면 다른 행위들에도 확장 적용될 수 있는가? Intel 사건 이후 유럽에서는 관련 논의가 많이 이뤄졌었는데 후속 판결들에서 EU 법원은 Intel 판시가 모든 남용행위 사건에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해주었다.
예컨대 2022년 Servizio 사건(전력 공급 시업자인 ENEL이 규제 시장과 자유화 시장 모두에서 활동하면서 자유화 시장에서도 기존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복수의 경쟁자 배제 전략을 편 것이 문제되었던 사안)에서 법원은 경쟁제한 효과의 입증과 관련된 질문에, Intel의 판시는 EU 법의 일반 원칙인 "right to be heard", 즉, 피심인의 청문권에서 나오는 것으로 경쟁 당국은 피심인 사업자가 제출한 증거를 주의깊게 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Servizio, paras 51-52).*
그리고 이어진 2023년 Unilever 사건(아이스크림 등 판매업체인 Unilever가 경쟁사를 배제하기 위해 소매업체들에 로열티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여러 배타조건부 거래 약정들을 체결한 사안)에서는 좀 더 분명하게 Intel 판결이 로열티 리베이트에 대한 것은 맞지만 관련 판시는 비가격 배타조건부 거래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EU 법의 일반 원칙인 청문권 보장의 관점에서 사업자가 제출한 증거들은 주의 깊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Unilever, paras 47-54).**
* Servizio 사건 본문에서 언급한 질문과 관련하여, 법원은 경쟁 당국이 실제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 배제 효과가 없다는 경제분석 증거가 제출되면 이로써 경쟁 당국의 배제 효과 증명이 탄핵될 '수도(may)' 있지만(Servizio, para 56) 실제 효과가 없는 것은 시장 상황의 변화 등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Servizio, paras 53-37) (cf. Platform Law Blog post (2022)).
** Unilever 사건 본문 설명 외 특기할 부분으로는, 법원은 위 판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지어 사업자가 제출한 경제 분석이 타당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 설명과 함께 대체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는 점이 있다(para 55). 여기서 법원은, Monti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Monti (2023), starting at 47:52) 다소 균형을 잃고 과도하게 나간 듯 하다.
물론 그렇다고 경쟁 당국이 배제 남용 입증을 위해 AEC 테스트와 같은 비용-가격 테스트를 모든 경우에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전에도 비슷한 입장이었지만, Unilever 판결에서 경쟁 당국에 AEC 테스트의 의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며(Unilever, para, 58) 대재판부(Grand Chamber)인 Superleague 판결에서는 행위 유형별로 남용 판단을 위한 분석 틀(analytical templates)이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해주기도 하였다(Superleague, para 130).
이처럼 위원회 가이던스의 효과주의는 법원 판결을 통해 성공적으로 EU 경쟁법에 안착하게 된다. 이러한 효과주의는 한편으로는 법 집행의 "accuracy" 측면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 "administrability" 측면에서는 큰 지연을 발생시킨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Intel 판결 이후 거의 모든 남용 사건에서 경제 분석 결과가 증거로 다퉈지면서 사건 처리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집행 효율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Schweitzer and Ridder (2024)). 앞서 언급했듯 최근 위원회가 가이드라인 작업에 착수하면서 효과주의로부터 거리를 두게 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위원회가 Intel 판시 이후 전개된 상황, 과도한 효과주의 수용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고 이번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게 되었다'는 말은 과연 맞는 말인가? 그럴 듯 하지만,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앞뒤가 안맞는 말이다.
왜냐면 위원회는 (입법제안권은 별론으로 하고) EU의 법 집행 조직(executive arm)이지 EU 법 해석 권한을 가진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위원회는 법원이 해석을 내놓으면 이를 따르는 기관이지 그와 다른 새로운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이는 (삼권분립은 아니고) EU 법 원리인 허여의 원칙(Principle of conferral)에 따른 것으로 최근 Illumina/Grail 사건에서 법원이 위원회에 매우 따끔하게 상기시켜준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위원회가 Intel 판결(추가적으로 Unilever, para 55)로 인해 벌어진 일에 불만을 품고 (입법도 아니고) 해석 지침(Guidelines)으로서 변화를 시도한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 말이다.
이런 넌센스가 생기는 것은 법원의 가이던스 수용을 효과주의의 수용으로만 오해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실 2008년 가이던스를 잘 보면 경제학적 분석을 강조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내용도 나온다.
22. There may be circumstances where it is not necessary for the Commission to carry out a detailed assessment before concluding that the conduct in question is likely to result in consumer harm. If it appears that the conduct can only raise obstacles to competition and that it creates no efficiencies, its anti-competitive effect may be inferred. This could be the case, for instance, if the dominant undertaking prevents its customers from testing the products of competitors or provides financial incentives to its customers on condition that they do not test such products, or pays a distributor or a customer to delay the introduction of a competitor's product.
한 마디로, 반경쟁적 효과에 대한 세세한 분석 없이도 그런 효과가 추론될(inferred)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같은 취지로, Rousseva and Marquis (2012), p.14; Whish and Bailey (2021), pp.205-206).
그동안 가이던스의 위와 같은 접근은 위원회의 결정은 물론이고,* 최근 EU 법원 판결에서도 수용되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Lithuania Railways 판결 (2023)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리투아니아 국영 철도회사(철도 인프라 및 운송 부문 수직통합)가 주요 고객이 경쟁사의 철도운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아예 선로를 철거해버린 행위가 문제되었던 사안으로, 여기서 위원회와 법원은 쉽게 남용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Lithuanian Railways, paras 81-91) 마치 경제적·법적 맥락에 대한 고려만으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는 ‘목적상(by object)’ 경쟁제한이 제101조 공동행위뿐만 아니라 제102조 단독행위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e.g., Colomo (2024), pp.392-393).
* 예컨대 2009년 Intel 결정에서는, 로열티 리베이트가 아닌, 경쟁사 CPU를 장착한 제품 출시를 지연시키고 이들의 유통 채널을 제한하기 위해서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여 "naked restriction"으로 판단된 부분이 있었으며 위원회는 최근 이 부분에 한정하여 다시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그리고 2023년 대재판부(Grand Chamber) 판결인 Superleague 판결(간단히, 유럽의 유명 축구 구단들이 별도의 리그를 만드려고 했다가 FIFA와 UEFA에서 제재를 받았고 이 부분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문제되었던 사안)에서는 위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판시를 하는데 정확한 문구는 다음과 같다.
131 In addition, conduct may be categorised as ‘abuse of a dominant position’ not only where it has the actual or potential effect of restricting competition on the merits by excluding equally efficient competing undertakings from the market(s) concerned, but also where it has been proven to have the actual or potential effect – or even the object – of impeding potentially competing undertakings at an earlier stage, through the placing of obstacles to entry or the use of other blocking measures or other means different from those which govern competition on the merits, from even entering that or those market(s) and, in so doing, preventing the growth of competition therein to the detriment of consumers, by limiting production, product or alternative service development or innovation (see, to that effect, judgment of 30 January 2020, Generics (UK) and Others, C‑307/18, EU:C:2020:52, paragraphs 154 to 157).
핵심은 이 부분이다. 잠재적인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등 실력·장점 경쟁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에 대해 설명하면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 또는 목적(actual or potential effect – or even the object)"을 갖고 있음이 증명되는 경우 남용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부분이다. 물론 이 판결 자체의 중요성은 제106조 책임의 확장 등 다른 부분에 더 많지만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해서 보있을 때 핵심은 위와 같이 목적상 남용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 유럽인인 내 생각이지만, EU 최고법원(ECJ) 판결문에서 이처럼 '목적상 남용'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은 처음있는 일(Reyntjens's LinkedIn Post)로 매우 중요하게 볼 판시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제102조 남용에도 제101조 공동행위처럼 '목적상 제한(by object restrictions)'이 가능하다고 할 경우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행위 유형들은 '효과상 제한(by effect restrictions)'과 달리 복잡한 효과 분석 없이도 간단한 법적·경제적 맥락(legal and economic context) 검토만으로 위법성 인정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법원이 위 판시에서 Generics 판결(제약업체 GSK가 항우울제 시장에서 자신의 과거 특허권자, 즉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업자들과의 합의 또는 특허 소송 등으로 복제약 출시를 지연시킨 점이 공동행위·남용행위로서 문제되었던 사안)을 인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Generics 사건에서는 일련의 지연 합의가 문제되었던 것이고 또 관련 부분의 설시("if not as their object" in Generics, para 155)는, 내 생각으로는, 회원국 경쟁 당국과 법원의 판단에 대한 설명이었기 때문에 목적상 남용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내가 아는 한, 아직 EU 법원이 어떤 유형들이 목적상 남용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것인지까지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선례들을 생각하면, 앞에서 언급한 Lithuanian Railways의 철로 제거처럼 경쟁자 제거 외에는 다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 행위나 AKZO에서 말한 평균가변비용 미만의 가격 등이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예전 포스팅에서 짧게 소개한 Servizio 판결의 두 시나리오도 목적상 남용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한번 더 옮겨보면, Servizio 판결에서 법원은 "normal competition"을 벗어나 남용이 될 수 있는 경우로 (1) 경쟁 사업자를 제거하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가격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떠한 경제적 동기도 없는 가격 전략으로서 동등 효율성 경쟁자 테스트를 거치지 못하는 경우(para 77; paras 80-81)와 (2) 거래거절과 같은 비가격 전략으로서 원칙적으로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 사업자에 의해 모방되기 어려운(irreplicable) 행위의 경우(paras 78-79; paras 82) 등(non-exhaustive)을 제시했었다.
이 부분은 아직 유럽에서도 정리된 논의는 아니고 꽤 논란이 있는 부분으로 알고 있기에 참고할 만한 Colomo 교수의 분석(아래 표. 출처: 블로그 및 2024년 논문 410면)을 소개하는 선에서 마무리해야겠다.
마지막 중요한 질문은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다. 한국의 시각에서 EU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 부분으로 봐야 좋은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심화 연구도 좋지만... 당분간 기본적인 한국 판례들부터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만 브레인 스토밍 차원에서 지금 드는 생각은... 일단 한국 공정거래법의 단독행위 규율에서 '목적상 남용'같은 "Shortcut"이 필요한지다.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외에도 (수직적 제한인지 단독행위 금지 규정인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일단 단독행위로 보이는)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EU가 '목적상 남용'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어느 정도는 달성(혹은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고시 제2021-18호)을 보면, 공동행위 심사기준(예규 제390호)처럼 "경쟁제한 효과만 생기는 것이 명백한 경우" 경쟁제한성 심사 없이 "시장상황에 대한 개략적인 분석"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은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예규 제387호)을 보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보다 낮은 기준에서, 예컨대 시장점유율이 30% 내외인 경우 단독행위들*에 대해서도 "시장이 독과점화 되기 전에 보다 선제적으로 경쟁제한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 목적에서 경쟁제한성이 다소 쉽게 인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경쟁 당국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기서 “Silver bullet"에 가까운 불공정형 불공정거래행위들(거래상 지위 남용 포함)의 금지는 논외다.
* 경쟁제한형 불공정거래행위를 말하며 구체적으로 단독 거래거절, 가격차별, 부당염매(또는 고가매입), 끼워필기, 배타조건부거래, 거래지역(상대방) 제한이 있다.
** [별첨]에서 이러한 목적은 단독의 거래거절, 차별취급, 부당염매의 제재 근거로 설명되지만, 다른 경쟁제한형 불공정거래행위들에 적용된다고 보아도 특별한 이질감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앞선 EU 논의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2008년 가이던스도 이번 가이드라인도 모두 EU 차원의 논의라는 점이다. EU 법원의 판결들도 불복(annulment)에 의한 것이든 선결적 평결(preliminary ruling)에 의한 것이든 EU 법인 TFEU 제102조 해석에 관한 것이다. 회원국 법에 관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EU 위원회의 지침과 결정 그리고 EU 법원의 판결들이 모두 회원국의 경쟁법 집행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건 결코 "overstated"될 수 없는 사실이지만, EU 법상 공동행위와 달리 단독행위에서는 회원국들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외의 경쟁법 규율을 도입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Art. 3(2) and Recitals 8-9, Regulation 1/2003). 다른 단독행위 규율이 있는 EU 회원국들의 상황에서는 위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논의가 약간은 다르게 전개될 방향도 없지 않은데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와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규정 등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들에서의 논의가 아주 약간은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위와 같은 제도상의 차이는 별론으로 하고, 판례의 경우 EU 판결들과 한국 판결들의 변화를 비교 분석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서, 2017년 Intel 사건에 대해서는, 얼른 드는 생각으로는 한국 경쟁법의 현대화와 효과주의가 본격화 된 2007년 포스코 판결, 그리고 2019년 퀄컴 I 판결 등을 비교 대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퀄컴 I 사건은 로열티 리베이트 지급이 문제되었던 사건으로 법원은 포스코 판시를 기본으로 2009년 농협중앙회 비료 판결의 판시(배타조건부 거래의 경우 경쟁제한 '목적' 추정)에서 나아가 조건부 리베이트의 위법성 판단 방법에 대해 중요한 판시 또는 설시들을 내놓았다. 예컨대, 수량 리베이트와 사후적·소급적·누진적 조건의 리베이트의 구별, 최종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 고려 강조, 약탈적 가격과 조건부 리베이트의 구별, 동등효율성 경쟁자 테스트의 효력(경쟁 당국에 그러한 경제분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자의 경우 경제분석으로 경쟁 당국의 부당성 증명을 탄핵할 수 있다고 판시) 등에 대해 설명한 부분들이 그렇다.
그리고 2021년 엘지유플러스 판결도, 논란은 많지만, 비판적 관점에서라도 흥미롭게 볼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윤압착의 제재 근거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성과에 기초를 둔 이른바 ‘성과경쟁’이라는 정당한 경쟁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한 부분, 가격 남용의 기준을 '정상적인 경쟁 시장에서의 가격'으로 본 부분(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필수 원재료 구입비용"인 전송서비스 이용요금), 이윤압착이 남용이 되기 위한 고려 요소들("경쟁사업자의 비용"(예외적 경우)과 '장기적 소비자 폐해 발생 우려(예컨대 '배제 이후 가격인상 가능성')도 포함)을 제시한 부분들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적어도 포스코 판결 이후부터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배제 남용 부문에서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집행이 많이 바뀐 부분은 없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산업시대의 산물인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의 역할 축소(법적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을 높이면 축소될 수밖에 없다)를 목표로 한다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를 더욱 효율적·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는 꼭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면 위 판결들은 과연 이러한 방향성에 잘 기여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고민해 볼 부분이다.
앞으로 EU 판례법의 발전과 최근 가이드라인 등 변화에 대해서 그리고 국내법상 배제적 남용에 대해서도 계속 잘 따라가며 연구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