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챕터
어떤 사람일까? 내 책을 읽는 사람은?
아마도 당신은 ‘애쓰고 사는’ 사람일 거야.
그래서 당신도 내 책을 집은 거지.
애쓰는 사람은 애쓰는 사람을 알아보잖아.
- 끊어낼 수 없는 사슬이 평생 발목을 죄고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느낌.
- 헤어 나오려고 하면 더 깊게 빠지는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며 사는 기분.
난 건강하고 밝게 살고 싶은데,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사람이 내 부모라는 게 슬펐어. 부모 욕도 어디에 하기 어렵잖아? 또 막상 누가 신랄하게 내 부모를 욕하면 기분이 안 좋아. 우습게도.
근데 끊어낼 수 있어. 부모라도! 이해조차 안 되는 상대를 사랑하려고 애쓰고, 그런 척하며 사는 건 힘들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폭력적 관계가 지속된다면 도려내어야 한다고 생각해. 내 삶을 위해서.
아빠를 이해하고 싶어서 노력했던 날들이 있어. 젊은 날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이렇게 “돈돈돈" 하는지 알게 되었고, “아빠란 이유로 나한테 이렇게 막 할 수 없다”라고 사과하라고 대들기도 했어. 아빠의 어떤 행동이 내게 상처가 되는지 말하고 또 말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몸에 불을 질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치솟는 화를 감당하기 어려웠거든.
아빠를 미워한다고 스스로 인정한 날. 평생 눌러 온 체기가 가시는 기분이었어. 아빠를 내다 버릴 수도 있다고 깨달은 날은 해방감까지 느꼈지. 내 아빠니까 평생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선택해서 유지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아빠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얼떨결에 아빠를 품게 되었어. 결론적으로 아빠를 내다 버리지 못한 거지. 그럴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인연을 끊을 기회가 숱하게 많았지만 못한 거야.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아빠는 날 참 많이 사랑해 줬어. 어릴 때부터 아빠가 준 사랑이 내 마음에 새겨져 있다는 걸 아빠가 쓰러진 후 깨달았어.. 퇴근 후 뽀뽀해 주던 기억, 같이 노래 부르던 순간, 해외 출장에서 챙겨 온 작은 선물들…
그래서 아빠가 나보다 힘이 약해진 순간, 아빠를 온 마음으로 품을 수 있었어. 아빠가 더 이상 폭력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두 발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을 때, 그 모습을 더 사랑하게 된 거지.
이건 내 이야기고 당신의 이야기는 다르겠지.
그래도 당신 말이야. 지옥 속에서 나와서 살았으면 좋겠어. 부모님한테 그만 하라고 말해. 어렸을 적 치유 안 되는 상처가 있다면, 20년이 흘렀어도 상관없어. 그때 그 일은 사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부모님을 더 이상 미워하며 살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해.
용기 내봐.
드라마틱하게 관계가 개선되지 않아도 당당하게 부모님한테 상처를 보여줄 수 있고, 예의 있게 나를 대해 달라고 정중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래.
만난 적 없고, 앞으로도 만나기 어렵겠지만 어디에서든 당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상처 주는 관계에 함몰되지 않기를, 잘 먹고, 잘 자고, 하늘도 많이 쳐다보면서 지내 줘.
주제넘는 마음으로
수십 번 고쳐 썼어.
안 썼으면 더 나았을 거 같은 이 마지막 챕터는 그런 마음으로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