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을 앞두고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이나 옷들을 정리하는데 이사를 앞두고 매일 조금씩 정리를 했다. 그래도 어떤 것들은 날을 잡고 한 번에 비워내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는데 아이 물건이 그렇다. 눈에 거슬린다고 물어보지 않고 버렸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어 지켜만 보다가 마침 방학이 시작되어 아이에게 물었다.
"건우야, 오늘 엄마랑 장난감 방 정리하는 거 어때?
"장난감? 왜?"
"건우가 이제 형아 됐으니까 아기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잘 안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 정리해서 사촌 동생 주거나 버리는 거지~ 아기 때 놀던 장난감들을 정리해야 또 형아 장난감도 사고 그러는 거거든~"
"새 장난감 사는 거야? 그럼 정리할래 나!!"
장난감 정리를 하면 새 장난감이 생기는 줄 알고 덥석 정리에 나서는 아이다. 벌떡 일어나 장난감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 뒤를 따라갔다.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로봇, 서랍에 빼곡하게 쌓여있는 자동차, 초콜릿을 먹으면 나오는 작은 장난감들이 바구니에 꽉 차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받아 온 잡다한 장난감들까지 생각 같아서는 다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의 의지로 처분해야 했다.
"어머~ 이게 뭐야? 이거 건우 아기 때 가지고 놀던 요리놀이 장난감들이네?? 이거 계속 가지고 놀 거야?"
"음~ 아니! 그거 이제 안 가지고 노니까 필요 없어!"
"좋아~ 그럼 이거 버린다?"
"아니 아니! 엄마 내가 버릴게! 슉~ 골인!"
미련을 두나 싶었더니 제 손으로 쓰레기봉투에 넣어야 했나 보다. 바퀴가 고장 난 작은 플라스틱 자동차들을 시작으로 짝이 맞지 않은 요리 도구, 헝겊책, 나무 재질 악기까지 세상 쿨하게 쓰레기봉투에 던져 넣는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지금도 잘 가지고 노는 큼직한 장난감들과 버려도 될 것 같은데 아직까지 애정이 남은 몇몇 장난감만 남겨뒀다. 그러고 나니 꽉 차 있던 장난감 서랍이 3칸이나 비워졌다.
텅 빈 공간을 보고 있자니 없어도 될 물건들이 어느새 비집고 들어와 있었구나 싶었다. 여유로워진 공간은 보고만 있어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의 새 장난감은 보류하기로, 나 혼자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