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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Aug 25. 2020

다섯 살 아이의 노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청춘들의 연애와 일상을 그린 소소하면서 가슴 설레는 에피소드들이 매주 본방을 사수하게 만들었다. 누구 하나 돋보이지 않고 모두가 각자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았다. 내용도 좋고 명대사들도 많았던 드라마였는데 분위기에 맞춰 나오는 OST는 더 좋았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라는 곡은 드라마 속 범수(안재홍)와 진주(천우희)가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부분에서 처음 들었다. 장난으로 만든 것 같은 노래 가사와 아재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리듬이 훅 들어왔다. 장난 같던 가사는 연애할 때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평범함이 담겼다. 음도 화려하거나 기교가 들어가기보다는 수수한 그 자체만으로 매력을 끌어올렸다.



 듣는 사람이 편안해지는 노래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더니 우리 집 다섯 살 꼬맹이가 이 노래에 꽂혔다. 언젠가 틀어뒀던 노래를 가만히 듣더니 노래가 끝나자 또 들려달라는 거다. 그 날만 그러겠거니 했는데 매일같이 틀어달라더니 가사를 외워 따라 불렀다.


 짧은 혓소리를 내며 부르던 동요와는 달리 가요를 부르는 발음은 제법 진지하다. 가사 내용은 아직 짐작도 못할 꼬맹이가 고개를 뒤로 젖혀 목청껏 썀푸향이 느껴진다는데 깜찍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틈에도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턱을 까닥거리더니 흥이 더 오르면 짱구가 추는 울라 울라 춤을 추며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아무것도 모를 때가 좋을 때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아직 인생의 초봄을 지내고 있을 아이가 언젠가는 벚꽃 날리는 봄날에 연인과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헤어짐의 아픔을 겪기도 하겠지. 그 시기가 왔을 때는 노래 속 가사처럼 아쉬워만 말고 자신의 인연을 알아보고 꼭 붙들 수 있는 사람으로 커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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