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해내는 아이들
개학, 입학, 새 학기 시작. 3월은 새로운 환경으로 가득한 달이다. 비록 예전처럼 활기차고 북적이는 시작은 아니지만 조심스러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도 새로운 어린이집에 첫 등원을 했다. 이사 계획으로 잘 다니던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이사 예정지 근처 기관으로 알아보던 중에 운이 좋게도 가까운 어린이집에 자리가 비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6세라 유치원으로 옮길까도 싶어 알아봤지만 병설유치원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려웠고 사립 유치원도, 시립 어린이집도 입소 확정이 끝난대다가 대기가 길어서 포기했다. 그 와중에 확정된 민간 어린이집이라 감지덕지하며 기쁨 반, 걱정 반의 등원 첫날을 맞이했다.
"우리 오늘 새로운 어린이집 가는 날이네~"
"엄마~ 그 이야기하지 마~"
"어? 어...."
아침부터 아이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눈치를 살폈다. 다행인 것은 조금 컸다고 울고 불고 안 가겠다는 때는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이고 옷을 입고 등원 시간이 가까워져 집을 나설 때까지도 아이는 순순히 따라나섰다. 자차로 등원하는 길에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별로 불안한 내색을 하지 않기에 많이 컸구나 생각하며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어린이집 입구를 향해 걸었다. 거의 입구까지 와서 아이는 돌변했다.
붙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고 쏜살같이 도망갔다.
"으앙~~ 안가 안가~~ 여기 안가~~"
"어? 갑자기 왜 그래~ 저기 어린이집 앞에 가면 번호 누르는 거 있는데 건우가 눌러보자~ 응?"
"안 해~~ 무서워~~ 안 갈래~~"
"아고~~ 우리 애기, 처음 가는 곳이라 무서운 기분이 드는구나? 괜찮아~ 여기 들어가면 새로운 장난감도 많고 새로운 선생님이랑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우리 용기 내서 같이 들어가 보자~~"
"으앙~~ 안 해!! 안가!! 용기 안 낼 거야!! 포기할 거야!!"
입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친구들이 등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멀어지려 애썼다. 입구에서 등원하는 다른 친구들을 환영하는 하이톤의 선생님 목소리에 더 호들갑을 떨며 도망을 가버렸다. 꾹 참았던 두려움이 마주한 현실에서 펑 터져 버린 것 같았다. 더 어린 나이였다면 번쩍 들어서 어린이집으로 들여보냈을 텐데 이젠 꽉 잡아도 소용없을 정도로 힘이 세지고 빨라 그 방법은 쓸 수 없었다. 대신 주변을 넓게 맴돌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건우야~ 엄마도 어릴 때 새로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때 엄청 떨리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어~ 건우가 지금 무서운 기분 드는 건 당연한 거야~ 그런데 엄마도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용기 내서 한번, 두 번, 세 번 가보니까 점점 안 떨리더라고~ 그리고 재밌어서 엄마한테 빨리 유치원 가고 싶다고, 빨리 가자고 그랬다~?"
"엄마도? 애기 때?
아 그래도 안 해! 용기 안 낼래! 용기 안나!!"
"아직 안 해봐서 모르니까 오늘 한 번 안에 들어가 보고 진짜 무서운지 재밌는지 한 번 보자~~ 응?"
몇 번의 설득 끝에 아이는 완전히 납득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별 수 없이 어린이집 입구까지 갔다. 마중 나온 담임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질질 끌며 들어갔다.
아이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도 새로운 환경, 변화, 도전은 낯설고 어렵다. 힘들지만 결국 스스로 뛰어넘어야만 그 뒤에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있다. 과정을 즐기면야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뛰어넘는 용기가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