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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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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Nov 16. 2024

가을, 하루 같이

  따뜻한 날이 많은 올가을, 우리 자매 가장 중요한 일과는 걷기다. 걷기를 중심에 두고 하루 일거리를 배분한다. 가을걷이와 추위에 대비하는 집안팎 일로 한창 바쁜 시기지만 일단 작정한 시간이 되면 손을 털고 집을 나선다. 햇살이 산마루를 타고 부드럽게 펼쳐지는 한적한 산골 도로. 집을 나서면 길은 두 갈래. 산마루 길로 오르거나 아마을 쪽으로 향하거나. 정해진 바 없어도 순간의 이끌림이 방향을 잡는다. 햇살에 어른대는 색 고운 가을빛이나 바람에 떼 지어 떠오른 낙엽비에 홀리거나.


산마루 도로.. 집에서 10분 거리다


아랫마을로 가는 도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없이 가게 될 때가 있다. 이웃 마을에서 이웃 마을을 건너 또 다른 이웃 마을까지. 푸른 하늘에 노란 은행잎들이 가득했던 날도 그랬다. 어쩌면 저런 색이 세상에 있을까. 감탄이 나오도록 투명한 노란빛에 이끌려 한없이 가고 말았다.



 이 돌아서자, 했을 땐 집까지 돌아갈 거리가 막막해졌다. 구불구불 마을과 들녘을 몇 구비 짚어 눈 익은 국도 삼거리까지 왔을 때 애경 씨 차가 신호를 받으며 서 있었다. 빵빵~ 가벼운 경적을 울리며 우리에게 인 건네었다. 마을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이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만나 반가움이 일었다. 경 씨가 차창 내리며 말했다.

  탈래요? 

  터에서 장사하는 형님께 무를 갖다 드리려던 참이라 둘러가야 한다 했다. 기꺼이 차에 올랐다. 한발 한발 내디뎠던 가을이 휙휙 흘러갔다. 


  집에 돌아오니 또 가을이다. 마당 감나무는 그새 더 붉게 물든 듯했다. 막대기 같은 감나무 묘목을 심은 것이 칠팔 년 전인가 싶다. 아직 열매 맺은 적 없이 가을이면 홍시빛 단풍만 곱게 피워냈다. 그 잎을 따서 단풍감잎차를 끓여 마시면 감 특유의 살짝 떫은맛과 향이 느껴졌다. 내일이면 모두 떨어져 빈가지만 남을 텐데. 홍시 같은 잎을 몇 장 땄다. 가을 하루  빵을 구웠다.


감잎을 얹어 구운 가을하루빵



11월 숲은 11이 되어간다. 마을에서 마을로 건너가는 언덕배기에 하얗게 서 있는 자작나무들도 11이다.


바람도 길을 따라간다. 숲을 가르며 달려가는 바람의 길이 보인다. 바람보다 소리가 먼저 달려간다.


길을 따라 간다지만 길이 나를 선택하는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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