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를 마시며 현재에 존재하기
수업은 6시 시작. 300시간 수업은 빈야사 플로우다. 나는 주로 하타 요가 경험이 많았던지라, 빈야사 & 아쉬탕가 수업을 듣는다고 했을 때 조금 걱정이 됐다. 빈야사는 요가를 막 시작한 나에겐 정말 더도 없이 좋은 요가였으나, 하타 요가의 깊은 부동과 자극에 빠진 이후로는 빈야사가 아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다른 환경에서 다시 해본 아침 빈야사는 또 다른 자극을 주었다.
6시에 시작하니 나는 5시 45분에 기상해서 급하게 고양이 세수를 하고 전날에 세팅해 놓은 요가복을 챙겨 입고 나갔다. 요가홀까지는 2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직주근접도 2주가량 느끼고 나머지 2주는 리조트 가장 끝에 있는, 걸어서 5분은 더 걸리는 요가홀로 바뀌어 30분은 당겨서 일어나게 되었다. 여하튼 -
아침 요가는 이러저러 부담이 크다. 아침부터 요가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아침요가의 묘미는 깜깜한 새벽녘에 시작해 수업 내내 요가에 푹 빠져있다 마지막 사바아사나 즈음에 해가 떠올라 온 세상이 빛을 받고 있는 광경을 깨달을 때다. 나 역시 요가를 조금은 오래 한 셈 칠 수 있지만 아침요가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도 했고, 빨리 잠드는 것도 습관이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하지만 끝날 즈음에 주위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내 몸을 감싸는 따스한 햇볕으로 둘러싸여 요가하길 잘했다고 다독이는 모습을 계속해서 되뇌며 꾸역꾸역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 수업이 끝나면 또다시 요가 매트를 주섬주섬 챙겨선 다음 수업인 프라나야마 수업을 간다. 프라나야마는 호흡법을 말한다. 숨 쉬는 걸 왜 배워?라는 생각을 할 순 있지만, 호흡을 조절하면 때때로 내 정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나는 가끔 가벼운 공황을 겪는다. 공황이 오면 호흡이 거칠어지며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며 시야가 좁아진다. 이럴 때 나는 브라마리 호흡법을 이용할 수 있다.
브라마리 호흡법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입을 닫고 음- 하는 소리를 내며 숨을 길게 내쉬는 호흡법이다. (물론, 잦은 공황은 병원에 먼저 가는 것이 이롭다) 이처럼 나는 지금도 긴장이 크게 찾아오거나, 무기력이 심할 때는 배운 호흡법을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침 수업이라는 점이다. 200시간 친구들은 거친 아쉬탕가를, 300시간 친구들 역시도 나름의 요가 수업을 하고 온지라 노곤노곤해져 조는 경우가 있었다. 고백하자면 프라나야마 수업은 잠을 참으려 하지도 않았다. 쏟아지는 영어와 산스크리트어가 자장가처럼 들리는 탓인지, 저항할 수 조차 없었다. 이 수업만 끝나면 꿀 같은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아침밥은 나오는 것이 늘상 비슷했지만 하루 중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시간 반 가량의 긴 시간이라 여유롭게 찬찬히 먹을 수도 있었고 밥을 먹고 나는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도 했으니 일어나자마자 아침시간만 기다렸다. 아침엔 주로 과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달걀 요리 (유일한 단백질이었으므로 늘 긴 줄을 서야 했다), 발리 전통의 떡과 빵을 먹을 수 있었다. 과일은 그렇게 다양하진 않았지만 수박, 파파야, 멜론 등 요즘 한국에서 값이 비싸거나 손질이 귀찮은 것들을 주걱으로 푹푹 떠서 마음껏 먹을 수 있음에 항상 감사했다. 같은 반 친구 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커피 유통업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블랙커피의 맛이 상당히 좋다며 늘 커피를 마셨다. 말한 대로 발리의 커피는 참 진하고 고소했다. 쌀쌀한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블랙커피는 아침 요가보다도 더 나를 깨워주었다.
아침을 챙겨 먹는 일이라는 것이 그리 익숙하지 않았는데,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일어나서 신선한 음식들로 아침을 먹으니 살아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를 시작한다는 신호를 내 몸에 보내는 것이 아침을 먹는 행위로 이루어지니 내 몸을 더 돌보는 느낌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그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몸은 발리에 있지만 왜인지 한국에 돌아가서의 내 모습을 자꾸만 떠올렸다.
어쩌면 나는 발리에서의 나날이라는 꿈을 꾸고 있고 몸은 한국에 있는 내 방, 내 침대에 뉘어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았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현재에 머물지 않았던가. 한국에 돌아가서 이런저런 후회가 하기 싫으니 현재에 충실하자- 마음을 다잡으며 아침을 우적우적 먹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