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먹고, 호흡하고, 요가하세요.
오전에는 아침 요가, 프라야나마, 점심 먹기 전까지 300시간 클래스만 교수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해부학을 더 듣는다. 오전엔 무려 4개의 수업을 듣는 것이다. 중간에 코코넛 브레이크타임이 있긴 하지만 15분으로 매우 짧고 정말 쉴 새 없이 수업을 듣는다.
수업을 들음에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은 역시나 영어이다. 그래도 나는 영어에 계속해서 관심이 컸고, 영어로 된 수업을 들었던 적도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한 경험도 없지만 계속해서 영어를 쓰는 환경을 만드려고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발리에서 영어로 수업을 듣는데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역시나 이론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영어는 내가 접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벽이 느껴졌다.
해부학 영어나, 철학 수업에서 나오는 영적인(?) 단어들. 난생처음 들어보는 영단어가 쏟아져서 약간은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수업 내내 chatGPT를 켜놓고 한 구석에서 수업을 들으랴 검색하랴 애썼다. 나중에는 조금은 지쳐 선생님께 죄송한 말씀이나 선생님의 토크쇼를 구경하는 기분으로 참여했던 것 같다. 이것도 이대로 나쁘진 않았지만은..
오전 수업 중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교수법 수업이었다. 리시케시에서 온 무뚝뚝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인도인 선생님께서 정말 꼼꼼하게 가르쳐주셨는데, 아쉬탕가 아사나(행법)들에 대해 핸즈온 하는 법을 매우 다양하게 알려주셨다. 아사나를 행하는 사람의 레벨에 따라 다르게 핸즈온을 알려준 터라 처음 보는 핸즈온이 많았고 그 덕에 견문이 많이 넓어지는 수업이었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늘 아쉬웠던 수업이기도 했다.
철학 수업은 인도네시아인 선생님이 알려주는 수업이었는데, 사실 이 수업이야말로 내 영어가 부족한 것이 참 아쉬운 수업이었다. 선생님의 첫인상은 사실 그리 좋지 않았다.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에 강한 눈매, 그리고 약간은 껄렁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의 목 한가운데에 새겨진 부처 그림 타투 역시 강렬했다. 나와 동년배 같은 그가 우리에게 어떤 철학 수업을 할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의 첫 수업 후 나의 편견 어린 인상은 아주 산산이 깨졌다. 선생님은 곧잘 요가 철학과 함께 본인의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는데 그 이야기가 참으로 마음이 아리면서 선생님이 왜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결국 어떤 사람이 요가를 하고 요가 철학까지 기웃거리게 되는지 체감이 되었다.
그래도 늘 진지하지만은 않았다. 기억나는 예로는, 요가인에게는 요가 식단을 권한다. 요가 식단은 내가 이 요가원에서 하듯 채식 위주의 식단인데, 선생님은 관련하여 이런 얘기를 하셨다.
"너희, 요가인이라고 채식해야 한다면서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 가서는 고기 요리 해주는 부모님더러 나는 채식해야 한다고요! 라며 투정 부리지 말아라. 부모님은 너희를 위해 요리를 해주신 거야. 그냥 먹고, 호흡하고, 요가해."
조금 이론 이야기를 해보자면, 요가인이 채식을 하는 이유는 요가수트라라고 하는 요가 경전에서 나오는 '야마(윤리적 절제)' 중 하나인 '아힘사(비폭력)'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아힘사는 고기 자체를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태도까지 포함하는 개념일 수 있다. 그래서 요가인의 정체성을 지킨답시고 나를 위해 요리해 주는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되려 아힘사를 위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아힘사 다음으로 아파리그라하(비집착, 비소유)의 관점에서 "나는 요가인이야, 그러니 나는 채식을 해야만 해."라고 붙잡고 놓지 않는 태도가 이미 집착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이런 웃기고도 뼈 있는 이야기를 해주곤 하셨다.
사실 처음에 요가 철학 수업을 들었을 때는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종교적인 느낌도 나기도 하고, 몸으로 하는 요가만 요가인 줄 알았던 터라 경계하는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발리에서 들었던 요가 철학은 내가 앞으로 요가를 함에 있어서, 그리고 내가 살아감에 있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지금보단 요동 없이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깨닫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집착하지 않고, 때에 따라 유연하게 행하되 그것이 나를 더 옳은 사람으로 만들기보다는 조금 덜 경직된 사람으로 만들어주길 바라면서 계속 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 수업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배움이 있었던 좋은 수업이었다.
"그저 먹고, 호흡하고, 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