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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복숭이 Jul 16. 2020

복직 후 일주일째

행복한 엄마 되기

3개월의 출산휴가와 7개월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마침내 2020. 7. 1. 그 날이 왔다.

복직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에 잠을 이루지 못할 거라 예상했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했다.

이미 일찌감치 아파트 단지 내 걸어서 2분 거리, 심지어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일 때에는 지하주차장을 통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의 어린이집에 입소 확정을 받아두고 복직 두 달 전인 5월부터 하루 1시간으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아기와 함께 적응기간을 거쳤기 때문이기도 하고, 적절한 시기에 좋은 이모님을 만나 멀리 지방에 사시는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어린이집 등 하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제발 오래오래 같이 해요 이모님!),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번 정도의 회식을 제외하면 정시에 퇴근하여 7시 전에 집으로 돌아와 육아에 동참하는 남편이 있어서기도 했다.

오히려 복직 날이 다가오자 나는 어쩐지 조금 설레기도 했는데, 나도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돌아가 자아실현 및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마음에서였을까, 고된 육아에서 잠시나마 해방된다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마 둘 다겠지.


사실 꿀댕이가 아주 순한 맛이고(잘 몰랐지만 병원에서 다른 아기들을 본 후 명확하게 알게 된 점), 남편도 아기의 출생과 함께 이직에 성공하여 그 전과 같은 빡빡한 생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육아가 엄청나게 힘들었다거나 우울증에 걸릴 만큼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평균을 훌쩍 넘는 몸무게를 자랑하는 아드님 덕분에 손목은 너덜너덜해졌고 어깨는 돌덩이가 되었다).

아기는 너무 예뻤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나에게 매달릴 때 생전 처음 느껴보는 행복을 맛보기도 했다.


너의 웃음이 영원하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이 공허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구느라 바깥공기 한 번 제대로 못 마시고 잠옷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날이 많아질 때가 그랬고, 아기 밥 주고, 아기랑 놀아주고, 재워주기를 반복하다 틈틈이 빨리 해치워야 하는 집안일을 하고 하루의 끝이 다가올 때쯤 '오늘 어른의 대화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그랬고, 아무 생각 없이 SNS를 보다가 출산 후 빠르게 복직해서 육아와 일을 모두 잘 해내는 듯한 이들의 피드를 발견할 때가 그랬고(심지어 이들은 몸도 완벽하게 예전으로 돌아옴), 몸무게는 돌아왔어도 들어가지 않는 배와 처진 가슴과 탄력 없는 몸을 볼 때가 그랬다. 말고도 더 있으나 이쯤 해 두는 걸로.

복직하면 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7월을 기다렸던 것 같다.


복직 후 일주일이 지났다.

너무 오랜만의 업무라 처음 이틀은 단어가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찬찬히 그동안의 기록을 살펴보고 몇 건의 상담전화를 끝내고 담당자들에게 복귀를 알리며 입을 풀었다. 역시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삼일째 되니 마치 계속 일을 해 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간 날 때 앱을 켜서 꿀댕이가 잘 있는지, 이모님이랑 노는지 밥을 먹는지 확인을 한다는 것. 그러고선 안심을 한 후 다시 일을 한다.


역시나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의 안부인사에 뒤이은 아기의 개월 수를 묻는 물음과 걱정 어린 시선이 내 마음을 살짝 불편하게 하지만.


꿀댕이도 백만 불짜리 웃음으로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먹고 잘 지내니 정말 다행이다. 하원 시간에 맞춰 올라오는 어린이집 알림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일매일 즐거운 어린이집 생활!


매일같이 붙어있을 때 보다 아기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다. 퇴근 후 보는 아기의 얼굴이 이렇게나 반가운지, 주말 동안 같이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나 소중한지도 일을 하게 된 후 알게 되었다. 양보다 질이라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놀아줘야지.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기를 만든다 했던가.

더 행복한 꿀댕이가 될 수 있도록 엄마도 더 행복해질게.


p.s. 배만 쏙 들어가면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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