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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복숭이 Jul 16. 2020

변호사 되기 잘했지

어디 가서 고맙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들어보겠어

변호사가 된 지 햇수로는 6년 차가 되었고, 지금의 일을 하게 된 지는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해 이제 3년이 조금 지났다. 새삼 시간이 정말 빠름을 느낀다.

처음에는 송무, 그러니까 소송과 관련한 일을 하는 변호사로 시작했는데, 보다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 이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러프하게 말하자면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사회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법률서비스는 원칙적으로 유료이다! 혹여나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는 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얼마나 급하시면 나를 찾아 여기까지 오셨을까 하는 마음에 집중하여 의뢰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갚지 못할 정도로 불어나버린 채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연락이 닿지 않는 배우자와 어떻게 이혼을 할 수 있는지, 범죄피해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갑자기 알게 된 상속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각양각색의 문제를 가지고 찾아오신다. 상담만으로 궁금증이 해소되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건에서부터 소송이 필요하여 다른 기관으로 연계해야 하거나 문서작성을 지원해야 하는 건들도 있다.



나야 매일 접하는 사안들이고 이제는 너무 익숙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지만, 살면서 법원에 갈 일이 몇 번이나 있으며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을 일이 몇 차례나 있겠나. 그러니 법률적인 문제가 생겨서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의 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하물며 경제적인 여건이 안돼 사선변호사를 찾아가지 못하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의 문제를 모두 다 해결해 줄 수 있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법률적인 부분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사안도 있고, 법률적 절차와 방법을 설명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어렵고 기간이 오래 걸려 당사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방향을 설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매우 고마워한다. 일을 하면서 이렇게 타인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많이 받는 경우도 흔치는 않을 것 같은데, 이럴 때마다 변호사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가끔, 아주 가아끔 진상이 있기는 하지만...). 물론 이건 내가 지금 소송을 수행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어 승패를 다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제들어도 좋은 고맙다는 말!



변호사도 예전 같지는 않아서, 변호사가 되었다고 모두 고소득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출세의 길이 열려있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도 고소득 변호사가 아니다. 그래도 자아실현을 하면서 돈도 벌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점에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다. 또 법률은 우리 사회 곳곳에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따라서 이직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도 변호사의 좋은 점이다.



생각해보면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던 건 학창 시절, 그러니까 꽤 오래 전인 것 같은데 그건 뭘 잘 모를 때이고, 여러 고비와 험난했던 시기를 거쳐 어찌어찌 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로서의 삶과 변호사가 되기 위하여 노력했던 과정(가물가물하지만ㅎㅎ), 변호사로 일하며 느끼는 감정들... 에 관하여 앞으로 조금씩 써 볼까 한다.  








# 우와~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작가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어요!! 적어두었던 글을 발행했는데 벌써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셔서 신기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기분이 몽글몽글하기도 했네요.

앞으로 자주 글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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