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임차인의 눈물
동생이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2년 연장하였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혹시 임대인이 본인이 살겠다고 들어온다 그러면 어쩌지...걱정을 하던 동생이었는데 다행이었다.
동생이 계약을 하였던 2019. 8.경 보다 주변 시세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 주변 다른 집을 알아보려면 적지않은 돈을 보태야 했는데, 원래 보증금의 5%를 임대인에게 더 지급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의 차임증액청구의 범위를 보증금의 20분의 1의 범위 내에서 인정하고 있다.)
계약만료기간이 다가오면 이사 계획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지 않는 한 임차인으로서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려면 임대차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하여야 하는데, 이 기간 임대인과 임차인은 눈치 싸움을 하게 된다. 임차인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최근 법개정을 통해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받았지만, 임대인 및 그 직계존비속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급등한 전세가를 둘러싸고 임차인과 임대인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임대차계약 관련한 법적 다툼은 수도 없이 많고, 내가 상담하는 케이스 중에도 임대차 관련한 상담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누수나 곰팡이 등 임대인의 사용수익의무와 관련한 문제,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문제, 차임연체나 주택인도 관련 문제 등 나열하려면 끝도 없을 것이다.
특히 사회취약계층에게 보증금은 본인이 가진 돈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거나 심지어 가진 돈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때에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 여성분도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찾아오셨다.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법원에서 온 것이라며 서류 뭉치를 들고 찾아오셨는데, 살펴보니 '배당이의청구' 사건이었다.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
의뢰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남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친척이 살던 집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할 이유가 생겨 새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고, 마침 이사를 해야 할 의뢰인이 그 집 임차인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 집은 당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으나 원래 임차인이었던 친척이 여러 해 살기도 했고, 혹여나 무슨 일이 생겨도 소액임차인이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의뢰인은 큰 의심없이 임대인과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몇 달 후 정말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임대인이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권자인 은행이 의뢰인이 살고 있는 집에 경매신청을 한 것이다.
이 집을 나가야 하는 건가, 보증금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의뢰인이 걱정하는 사이 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주택은 낙찰이 되어 의뢰인은 소액임차인으로서의 최우선변제권을 통해 다행히 보증금 2000만원을 모두 보전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안도하는 것도 잠시, 의뢰인은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고 또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선순위담보권자였던 은행이 소액임차인으로서 배당을 받은 의뢰인을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살면서 법원 문서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의뢰인은 보증금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물어물어 나를 찾아오셨다.
의뢰인은 수급자였기에 구조공단으로의 연계가 가능했으나 그러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직접 답변서 작성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소장과 의뢰인의 주장사항, 증거자료 등의 취합을 부탁하였다.
소장을 검토해 보니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부동산 중개인을 통하지 않은 계약인 점, 임대차계약서에 보증금만 기재되어 있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 차임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계약일 전에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상 임대인의 채무액이 과다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정상적인 계약으로 볼 수 없고, 임대차계약이 사해행위이며 의뢰인의 악의가 법률상 추정되므로 임대차계약이 취소되어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답변서를 작성했다. 의뢰인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를 서술하였고, 의뢰인은 진정한 소액임차인이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사해행위가 아니고 의뢰인은 선의의 소액임차인이며 임대인과는 어떠한 사적 관계도 없음을 사실관계의 정리와 법리를 통하여 주장하였다.
답변서 제출 이후 다행히도 채권자인 원고 측에서 소를 취하하였고 결과적으로 의뢰인은 보증금을 지킬 수 있었다.
살고 있는 집에 관하여 경매가 진행된 것에 더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보증금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 두려움이 가득하던 의뢰인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안겨주어 개인적으로 보람이 있었던 사건이다.
물론 소액임차인의 지위를 악용하여 본인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경우까지 보호해 주어서는 안되겠지만, 사회적 약자인 진정한 소액임차인이 억울하게 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집.
요즘 우리시대의 큰 화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파트가 수도 없이 많고, 또 계속해서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데, 저 중에 내 것은 왜 없나... 저 많은 아파트는 다 누구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