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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May 10. 2021

예쁜 분수 쇼

꽃이 예쁘다. 잔디도 예쁘다. 사람들이 아름답다.

택배가 왔다. 요즈음 매일 뭔가를 사게 된다. 마당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도구들이 다양하게 필요하다.


이사와 함께 온 것 중에 공구박스가 있다. 결혼하자마자 아버지께서 공구박스를 들고 오셨다.


다 필요한 것들이다.

이후 늘 이사 가면 공구 박스와 바느질 상자는 필수 품목으로 들고 다녔다. 지금 사용하는 것은 내가 다시 구입한 것이지만 공구박스를 보면 늘 아버지가 떠 오른다.


마당 넓은 곳에 오니 분주히 쇼핑을 한다. 첫 공방에서 가져온 물건들은 많은데 정원 손질에 필요한 도구들이 부족하다. 특히 잔디 깎는 기계가 필요해서 구매했다.


부릉부릉~
잔디 한번 깎아 볼까?

드디어 잔디를 깎아본다. 쉽지는 않은데 나름 재밌다. 그래도 힘들다. 친구가 마침 와서 도와줬다.


잔디를 깎으니 건초더미가 많아졌다. 모았다가 화단을 정리한 후 한쪽에 깔았더니 푹신하다. 어릴 때 읽었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생각난다. 알프스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모습, 미끄럼 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 보다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건초더미 침대다.

친정 시골집도 아버지께서 잔디를 심어 보셨는데 잔디가 잘 자라지 않았다. 너무 띄엄띄엄 심은 데다가 풀이 잔디보다 더 빨리 자랐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사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루씨의 꿈꾸는 마당>의 잔디는 성장 속도가 빨라서 벌써 자랐다.


잔디를 깎은 후 물을 분사시켰다. 처음에는 손으로 들고 있다가 나중엔 꾀가 났다. 바닥에 호스를 놓고 하늘 방향으로 해 놓으니 분수쇼가 벌어졌다.


이렇게 편한 방법이 있었다니 싶다.

파라솔 아래에 있으니 빗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잠시 커피 한잔을 마신다.


행복한 휴식은 잠시다.

화단을 정리하면서 나온 돌멩이들


아침에 화분 하나가 수돗가에 나둥그러져 있었던 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양이가 다녀가면서 두 개의 화분이 바닥에 나둥그러져 있었다. 길냥이들이 예쁘다 생각했는데 말썽꾸러기다. 그래도 쥐가 나오는 것보다 낫다.

다시 호미 들고 정원 손질을 하는데 지나가시던 아저씨께서 들여다보신다. 그래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 오늘은 잉글리시 쉽독이 아니네요? 다른 분이시군요.


마당 관리를 하다 보면 지나 시는 분들이 늘 들여다보시다가 눈이 마주치면 말씀을 걸어오신다. 엊그제는 잉글리시 쉽독을 데리고 산책 나오신 아저씨와 조금 인사를 나눴는데 오늘은 갈색 푸들이다. 참 귀엽고도 순하디 순하게 생겼다.

호미질하다 만 상태라서 사진을 못 찍었다. 내 친구의 강아지 이름과 같은 '숑'이라고 한다. 반려견 푸들, 숑이를 위해 아파트에 cctv를 달 정도로 강아지 사랑이 크신 분이셨다.

시골에 천평이 넘는 땅이 있으시며, 본인은 띄엄띄엄 잔디를 깔았더니 다 퍼지는데 3년 걸렸다고 하신다. 나머지 땅에는 소나무 계열을 다 심어 놓으셨다고 하신다. 전통 소나무 형태는 넓고 호젓한 맛이 있는 전통 한옥 정원에 잘 어울려 멋스럽다. 나무에도 취향이 있다. 소나무는 내 취향은 아니다.

카페를 하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자수나 그림 공방으로 주로 여성 분들 수강할 것인데 언제 공방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분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갈길을 가셨다.


다시 열심히 마당 일을 하고 있었다. 중년 여성 두 분이 지나다가 "집이 예뻐서 보다가 그만 옆에 빠졌네요." 하시면서 물어보신다.


공방인데 뭐 할지 모르겠다고 답하니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인가 보다고 재치 있게 응대하신다. 마당에 들어오셔서 집 안까지 구경하신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화단을 가꾸고 있는데 어떤 여자분이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물으셨다.


여기 카페예요?

내가 일하고 있으면 꼭 물으시는 말씀들이다. 공방이라고 하면 무슨 공방인지 물으신다. 오며 가며 리모델링 진행을 보셨다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하도 말씀을 곱게 하셔서 공방 다 되면 차라도 한잔 접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지나는 분들에게 응대하다 일하다를 반복한다. 잔디 깎기를 도와준 친구는 가고 나는 점심도 못 먹고 일하다가 겨우 목을 축였다. (오후에 친구가 곰 맥주 사 와서 또 한잔 마셨다. 목이 타서 벌컥벌컥! 마시게 된다.)

최종적으로 마당을 쓸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80세 정도 되신 할머님께서 뭐라고 하신다. 대문 가까이 갔다.


아름다워요. 아름다워.

대문 가까이 가서 들은 보람이 있다. 예쁘다도 아니고 '아름답다'라는 용어를 쓰시니 할머님의 마음이 아름다워 보였다.


저녁 무렵에 산장 쥔님이 실패 꽂이를 완성해 왔다.


실패 꽂이는 다른 분 가게에서 보고 만든 것이다. 산장 쥔님은 무엇이든 보기만 해도 뚝딱 잘 만드는 목공의 고수다.


산장쥔은 남편의 대화명이다. 산장의 쥔이기 때문이다.

시골 농막, 산장 쥔이 지키는 곳의 놀이터

<꿈꾸는 마당>은 이제 조금씩 짐 정리가 되어가는 중이다.


루씨의 꿈꾸는 마당

드디어 이웃집에 수박을 한통씩 드렸다. 마음의 빚이 조금 탕감된 느낌이다.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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