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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탓
제 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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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미사 드릴 때 기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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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오고 싶은 봄을 재촉하니 봄이 뿔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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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또 눈이 내렸다.
참말 얄밉기 그지없다. 누구를 탓하랴. 다 내 탓이다. 깜빡하고 화분들을 안에 들여놓지 않았다. 아침에 공방에 와 보니 눈을 맞아 얼 지경이다.
엊그제 대문 사포질을 4시간 하고 1시간 동안 스테인으로 마무리하길 잘했다. 바로 다음날부터 비 오고 눈 내리고 난리다.
일찍 핀 산수유 꽃도 놀라서 얼얼하다. 산수유 꽃은 누구 탓을 해야 하나? 이것도 내 탓이다. 내가 오지 않는 봄을 원망해서다.
귀여운 팬지는 그래도 씩씩하다. 추위에 강한 편이다.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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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추위를 이겨내는 팬지처럼 맛도 주고 향도 주는 그런 이가 된다면 좋겠다.
25년 3월 18일 그림글이다.
(어젯밤 글 올리기를 한 줄 알고 잤다. 이제 보니 등록이 안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신없이 바쁜 삶을 선택한 것도 다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