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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분석가 Jul 01. 2024

유니콘 스타트업 업무 강도가 높은 이유

유니콘 기업이라 하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고 한국에서는 편하게 1조 넘으면 유니콘으로, 10조 넘으면 데카콘으로 분류한다. 흔히 유니콘 스타트업이라 하면 보장된 성공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극소수의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모두 성장을 당기고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 투자를 받고 그 투자금을 활용하여 성장한다. 그 투자금을 태워서 일정 궤도까지 올려놓지 못하면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다. 최근 금리가 높아져서 자금조달이 어렵다 보니 흑자 내는 스타트업의 가치가 높아졌지만 일반적으로는 적자더라도 더 높은 궤도로 올려놓는 스타트업이 더 좋은 스타트업인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일정 규모로 커지기 전까지 runway라는 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한다. Runway는 남은 자본금으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스타트업은 runway 안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성장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아니면 망한다.


충격으로 성장한다


이전 글에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안티프래질이라고 했다.

용어가 익숙지 않으니 다시 요약하자면 프래질은 변화로부터 망가지는 것, 무너지는 것이다. 안티프래질은 반대로 변화로부터 성장하는 것이다.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는 것이 안티프래질인 것이다. 안티프래질한 관점으로 사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변화(변동성)를 즐긴다. 이것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과 다른 부분인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할 때 변화는 안정적 상태를 깨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티프래질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변화 중 일부가 자신을 성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변화를 즐긴다. 변화라는 말이 표현하고 싶은 온도감에 비해 약해서 이 글에서 강한 표현으로 쓰고 싶을 때는 "충격"이라고 하겠다.


충격은 두 가지 상황에서 발생한다.

(1) 외부에서 주는 충격

(2) 주도적으로 만드는 충격



(1) 외부에서 주는 충격


외부에서 주는 충격은 이렇다.


[엔터]

비의 노래 깡은 분명히 혹평받던 노래였다. 그 혹평이 밈이 되어서 '1일1깡', '시무 20조' 등으로 웃기게 소비되었고 아무튼 역주행을 하게 되었다.

브레이브걸스의 Rollin'은 제작자인 용감한형제도 포기하고 저작권을 모두 팔아버린 노래였다. 그런데 댓글모음 유튜브를 통해 역주행해버렸다.


[IT 제품]

지금은 많은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해시태그는 트위터의 사용자인 크리스 메시나(Chris Messina)가 정보가 흩어지는 게 아까우니 이를 통해 정보를 모아주는 게 어떤지 트위터 측에 제안해서 나온 기능이다. 그리고 이제는 대부분의 SNS는 해시태그를 가지고 있다.

디스코드는 게임 커뮤니티를 위한 음성 채팅 서비스지만 현재는 일반 메신저처럼도 사용되고, 심지어는 커리어 관련된 정보 공유 커뮤니티로도 사용된다. 디스코드가 주도한 것보다 사용자들이 그렇게 사용한 것이다.

지인 중 라이너의 윤석진 님은 라이너라는 하이라이팅 서비스(현재는 AI 검색 서비스)가 사용되는 곳을 봤는데 이상하게 유튜브가 많았다고 한다. 당시 라이너 제품은 텍스트 하이라이팅을 염두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튜브에 아주 부적합했다. 유저들이 유튜브 저장 용도로 라이너를 사용한 것이고 유튜브에서도 잘 동작하는 제품을 만들어내 큰 MAU 성장을 만들어냈다.



(2) 주도적으로 만드는 충격


주도적으로 만드는 충격은 굳이 예시를 들 필요가 없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 혹은 기능을 내거나 알고리즘을 변경하거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 모두 주도적 변화이다. 심지어는 성시경이 유튜브 먹을텐데를 통해서 유튜버로 새 삶을 살고 본업인 가수로서의 생명도 연장된 것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충격의 결과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안티프래질한 사고는 변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즉, 빠르고 잦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고도로 설계된 서비스를 만들고 출시했는데 아무도 안 쓰면 망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린스타트업과 철학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인데, 이는 저자인 에릭 리스(Eric Ries)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제품이 성장함에 있어 과학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적은 책이기 때문이다.



충격을 성장으로 연결시켜야 유니콘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외부에서 주는 충격을 잘 수용하고 주도적 충격을 많이 만들어내야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왜 유니콘 스타트업 업무 강도가 높은지 이 관점에서 설명해 보자.


1. Runway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도 시간도 많지 않다.
2. 외부에서 주는 충격 중에는 모를 수 없을 만큼 큰 충격도 있지만 작은 충격들도 있다. 위 라이너 케이스처럼 작은 충격을 잘 캐치해 냈을 때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은 충격들을 발견하려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3. 주도적으로 만드는 충격은 다다익선인데,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이 충격을 준다는 것은 배포 주기가 빠르고 변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변하기만 하면 안 되고 그 변화에 따른 결과가 어땠는지 확인하고 논쟁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이렇게 논의를 거친 후 다시 기획을 하고 개발을 하고 배포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이를 이터레이션(iteration)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유니콘 기업들은 굉장한 양의 이터레이션을 돌린다.
회사에서 A/B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나의 생각 흐름은 'a.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 'b. 많은 변화에 대해 결과를 파악하기 어렵다' > 'c. A/B 테스트로 측정해야 한다'인데, c만 생각하고 부정적인 의견을 듣는 경우가 있다. a에 동의한다면 유니콘이 될 자질이 있는 것이고, a에서 c는 논리적으로 이어지기에 A/B 테스트는 유니콘이 되는 과정에서 외면할 수 없는 옵션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충격이 들어갈 틈을 만들어야 한다. 말이 이상할 수 있는데 빈틈없이 만들어버리면 그곳엔 충격이 들어갈 틈이 없다. 마치 본인의 주장이 확고하면 다른 사람의 피드백이 반영될 수 없고, 이로 인해 더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 이는 강건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강건함은 좋게 여겨지고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지만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강건함은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내외부에서의 충격으로 성장을 만들려면 상식에 반하지만 덜 완벽함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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