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메이플시럽+팬케이크 조합이라니 - 현지인 추천 브런치 맛집 2선
정말 맛있는 음식을 조금씩 맛보고 배가 가벼운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내가 그러면 좋겠다.
하지만 나에게 맛있는 음식이란 맛이 있고 넉넉한 음식이다. 가게에 가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배가 헛헛하면 아쉬운 기분이 든다. 그러므로 달걀 하나와 베이컨 조금 그리고 빵 두어 조각을 먹고 덜 찬 배를 애써 숨겨야 했던 몇 번의 브런치는 당연히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아침과 점심의 중간 시간에 밥을 먹어버리니 저녁을 먹기 한참 전부터 배에서 꼬로록 소리까지!
그렇다면 밥 먹으려고 줄 서는 건 또 어떤가. 물론 꼭 먹고 싶어 기대하고 간 음식점이라면 한 시간 반이라도 기다릴 수 있지만 호기심 정도 있던 가게에 줄이 가득하면 지레 겁을 먹고 대안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캐나다에서는 두 번이나 브런치를, 굳이 줄을 서서 먹고 왔다. 나의 평소 생각과 반하는 일이었지만 두 군데에서 먹은 브런치는 마음에 들어 여러분께도 소개한다.
요즘 밴쿠버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곳이 키칠라노 해변 인근 키칠라노 거리란다(키칠라노 해변의 아름다움은 정그루의 지난 여행기를 꼭 참고해 주시라-댓글 참조). 한국으로 치면 도산대로 정도이려나?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면 한국이든 캐나다든 잘 모르니 더 이상의 비유는 하지 않겠다.
아무튼.
이 가게가 있는 거리는 거리 양쪽의 노상 주차장이 전부라 주차가 쉽지 않았다. 운 좋게 눈앞에서 차 한 대가 절묘하게 떠나 주었다.
머지않은 곳에서 예쁘고 작은 문을 찾았다. 문 오른쪽 큼지막한 통유리에 가게 안에 사람이 꽉 차 있는 게 훤히 보였다. 대기 시간이 30분 정도 걸린다 했다. 이름을 걸어 두고(휴대전화 번호가 있어야 함) 주변을 걸었다. 멋진 LP 가게 앞에서 사진도 찍고, 캐나다 사람들 국민 신발이라는 신발도 구경하다 덜컥 사 버렸다. 견과류 가게도 구경하고, 소품 가게도 어느 정도 딱 구경할 시간에 가게에서 연락이 왔다.
흰색 톤, 통유리, 밝은 나무, 풀이 어우러진 세련되고 예쁜 가게였다. 특별한 음료도 많았다.
메뉴 중 치킨이 끌렸는데 팬케이크가 같이 나온다고 쓰여 있어 주춤했다. 한국에서도 가끔 치킨과 와플이 같이 등장하는 걸 본 적은 있지만 그저 좀 강도가 낮은 ‘괴식’으로 생각했는데. 어쩐지 궁금하기도 해서 주문했는데, 이게 웬걸.
치킨과 팬케이크, 그리고 달달한 소스가 궁합이 너무도 잘 맞았다. 메이플 시럽을 베이스로 한 섬세한 맛의 소스를 부어 바삭바삭한 치킨과 부드러운 팬케이크를 같이 먹어 보면? 와. 너무나 맛있다. 투박하다기보다는 음식을 맛있게 제공하려고 공부를 한 것 같은 소스 맛이었다. 다른 캐나다 친구로부터 이곳 '모찌 도넛(Mochi Donut)'이 맛있다는 추천도 들었던 터라 몇 개 사 왔다.
세상에 워낙 맛있는 도넛이 많아서 그런지 먹고 감동하진 않았지만 몇 번 먹다 보니 어느새 한 개를 뚝딱. 한국에는 그나저나 '모찌 도넛'이란 게 없나, 아니, 그러고 보니 '찹쌀 도넛'이란 거 아니야.
나는 한국 찹쌀 도넛에 한 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Their There
09:00~16:00, Mon off
2042 W 4th Ave
Vancouver BC V6J 1M9
Canada
밴쿠버에서 만난 첫 비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미 꽤 긴 줄 뒤에 섰다. 밴쿠버의 대표 브런치 가게인 “잼 카페(Jam Cafe)”였다. 가게 옆으로 길게 늘어선 줄. 줄 선 사람들은 가족 단위가 많았고 커플들도 있었다. 비 내리는 날 오래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지치고 짜증 날 만도 한데 다들 개의치 않으며 ‘칠링’하면서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에 한 세 팀 정도가 남을 정도에 미리 메뉴판을 받았다.
와! 메뉴가 정말 많았다. 세 가지만 있어도 선택이 어려울 마당에 메뉴가 한 30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가게가 뭘 맛있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것도 저것도 다 먹고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이럴 때는 항상 다른 사람이 뭐 시키는지 기다려보면 된다. 숙모는 아보카도 조합을 고르고 그는 베이컨을 고르고. 나는 계속 고민하다가 지난번 데얼 데얼에서 먹었던 팬케이크와 치킨의 조합을 떠올리며 ‘Fried Chicken Benny’를 골랐다.
다섯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배정됐다. 밝고 상냥한 점원이 와서 활기차게 주문을 받았다. 잘 되는 가게는 가게의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그와 잘 어우러지는 멋진 직원, 이 삼박자가 맞는 가게가 많다고 생각한다. 손님으로 가득한 카페는 아주 넓진 않았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줬다. 나무 탁자에서는 약간의 세월의 냄새가 났다. 나는 기본 메뉴만 시키고 음료도 안 시켰는데 그는 오렌지 주스에다가 이것저것 추가 메뉴를 왕창 시키는 것을 보며 샘이 났다. 이따 좀 빼앗아 먹기로 다짐했다.
각자 취향에 맞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역시, 인기 있는 곳의 품격은 달랐다. 감자채 전을 연상케 하는 큼지막한 해시브라운과 잉글리시 머핀 두 개! 치킨에, 토마토에 수란까지 야무지게 얹어 두 개. 만족스러웠다. 귀여운 수박은 덤.
기교를 많이 부리지 않은, 재료에 충실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한껏 신선함이 몰려오는 맛이랄까. 내가 쓰면서도 좀 이상하지만, 식탁에서 나는 나무 냄새랑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양도 내가 그동안 겪은 브런치와 달리 매우 풍족해서 다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렀다. 배가 나보다 유의미하게 큰 그도 추가 메뉴를 괜히 시켰다고 아쉬워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밴쿠버에서 여유 있게 있을 수 있다면, 그리고 브런치를 좋아한다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이곳에서 브런치를 먹어보길 추천한다. 다만 잘 되는 가게답게 돈 벌 욕심이 없는지 일찍 문을 닫으니 운영 시간을 잘 보고 가야 한다. 밴쿠버에 현재 점포가 세 개 있으니 들르는 곳과 가까운 지점에 가도 좋겠다. 다만 숙모는 두 군데 지점을 가 보셨는데 가 보신 중에서 여기가 더 나았다고 알려주셨다(그 점포가 어딘진 몰라서 죄송해요.).
Jam Cafe
556 Beatty St, Vancouver, BC V6B 2L3, Canada
08:00~14:30
(토, 일 3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