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의 맛 09화

읽다보면 재미없을 걸요?

핫도그, , 왜, 맛?

by Becky

대학교에 입학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다가 시간제는 벌이가 쏠쏠하지 않아 백화점 세계에 발을 들였다. 일당이 괜찮다는 언니의 추천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자다가 쥐가 나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다리가 아프다는 것 빼고는 할만했다. 지하 식품 코너의 한 매장에서 일했는데, 그 매장에서는 빵에 약간의 샐러드와 소시지를 끼워 먹는 핫도그를 만들어 팔았다. 케첩과 머스타드에 버무린 샐러드와 짭짤한 소시지에 빵까지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자극적인 맛이어서 부모 손을 잡고 방문하는 아이 손님이 꽤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을 꼽자면 고깔모자를 쓴 꼬맹이다. 그 아이를 마주한 다음부터 ‘핫도그’라는 단어를 입밖

으로 내면서 나도 모르게 혼자 낄낄 웃고는 했다.


그 꼬맹이는 첫 손님이었다. 그날 따라 백화점의 아침은 부산스러웠다. 빈 카트에 몸을 기댄 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때늦은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 벼르기라도 한 듯 부리나케 카트 가득 상품을 싣고 있는 사람, ‘칼주름’ 정장과 더비슈즈를 착용한 채 복도를 거닐며 식품업체 매장 직원들을 딱딱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백화점 직원, 오늘 하루 판매량을 가늠해보며 재료를 준비하기 여념 없는 식품업체 매장 직원, 사무실 직원들에게 명찰 없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손님 행세를 하다 생쥐처럼 후다닥 매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아르바이트 직원 등이 더 눈에 띄었다.


평소보다 부산스러운 걸 보니 아침부터 손님이 많을 것 같아 대충 앞치마를 둘러매고 매장 앞으로 나가 “맛있는 핫도그 팝니다”라고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한창 열과 성을 다해 판촉에 힘쓰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앞치마 소매를 몇 번 당기더니 얄궂은 목소리로 나보다 더 크게 소리쳤다. “핫도그! 우리 아빠도 어제 뜨거운 강아지 고기 먹었어요! 누나도 강아지 고기 좋아해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무척 귀여워 꼬맹이의 동심을 깨지 않을 가장 이상적인 대답을 찾기 위해 애쓰던 찰나 꼬맹이의 부모가 뛰어왔다. 그리고는꼬맹이를 데리고 도망치다시피 자리를 떠났다. 벌게진 부모의 얼굴로 미루어 짐작건대, 보신탕이었나보다.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으려나. ‘핫도그’를 직역하면 뜨거운 개이고, ‘맛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니 당연히 음식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나도 어릴 적에는 곰탕을 곰으로 끓이는 국물이라 오해해 입에도 대지 않았으니까. 원래 핫도그에 들어가는 프랑크프르터 소시지는 그 모양 때문에 독일인들이 장난삼아 ‘닥스훈트 소시지’라 불렀다. 그래서 원래 명칭은 닥스훈트 샌드위치였다고 한다. 핫도그라 불리게 된 건 만화가 태드 돌건이 독일인들의 말을 듣고 재미있다고 생각해 자신의 만화에 빵 사이에 낀 닥스훈트 한 마리를 그리고 ‘핫도그’라고 적어 놓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름 탄생 비화가 참 재미있다. 충분히오해할 만한 이름이다. 그때 이후로 핫도그를 ‘뜨거운 개’라며 재밌어 하는 아이가 많았다. 어떤 포인트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름이 재밌어서 깔깔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한참을 말하고 나니 찝찝하다. 아무리 재미있는 코미디도 설명이 길어지면 그때부터 재미는 저 멀리 쫓겨나고 그 빈자리를 쓰나미처럼 밀려온 민망함이채운다.


“봐봐요. 이제 핫도그 재미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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