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테 한 그릇 드실래요?

- 영화 <우리 가족 : 라멘샵> 리뷰

by 김뭉치

<우리 가족: 라멘샵>은 제목 그대로 라멘을 매개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영화다. 작품은 특유의 담담함과 차분함으로 별다른 과잉 없이 전개된다. 흡사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데, 쉽게 들뜰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이처럼 절제되고 정적인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것에 놀랐다. 그나마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인 부분마저도 - 그래서 좀 진부하긴 하지만 - 최대한 억누른 듯한 느낌을 준다.


쉽게 들뜰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이처럼 절제되고 정적인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것에 놀랐다


영화는 인문학적으로 음식과 싱가포르, 중국과 일본의 뿌리 깊은 역사를 전달한다. 영화에서 주연은 역시 ‘라멘’, ‘바쿠테’, ‘라멘테’로, 배우들은 그저 음식의 빛나는 호연을 위해 거들 뿐이다. 심지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작품을 라멘테의 기원을 알려주는 스토리텔링 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게다가 진짜 일본식 라멘과 바쿠테, 라멘테의 레시피가 생생하게 공개되는데, 영화를 보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을 정도다.


영화는 인문학적으로 음식과 싱가포르, 중국과 일본의 뿌리 깊은 역사를 전달한다


음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랜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억의 촉발제가 되곤 한다. 그래서 마사토가 라멘과 바쿠테를 통해 죽은 부모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상실을 극복하고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 또한 자연스러워 보인다. 설사 어떤 관객에게는 이 호흡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뒤의 우리가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쓰린 상처를 보듬어 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기어코 수긍하고 말 것이다.


음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랜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억의 촉발제가 되곤 한다


이 영화의 강점은 개인적인 가족의 갈등과 불행이 결국 역사적 산물이라는 걸 일러준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싱가포르 침략과 점령에 대한 잔혹한 기억은 메이량 가족, 특히 메이량의 엄마에게 절절하게 남아 있다. 결국 메이량 가족의 화해는 개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역사를 끌어안고야 마는 이야기로도 귀결될 수 있다. 특히 젊은 마사토는 전쟁박물관을 방문해 미처 몰랐던 역사의 한 토막을 알게 된다. 일본의 선전지였던 <쇼난 타임스>의 기사를 읽고, 갓난아기를 공중에 던져 칼에 꽂은 일본 병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사토는 고개를 흔든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왜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의 합작품인지 알게 된다.


이 영화의 강점은 개인적인 가족의 갈등과 불행이 결국 역사적 산물이라는 걸 일러준다는 점이다


외삼촌의 연기가 작품 전체에 감칠맛을 더해주며 절대 배고플 땐 보지 않길 권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따뜻한 라멘테 한 그릇이 몹시도 먹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절대 배고플 땐 보지 않길 권한다


그래, 오늘 점심은 라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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