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 이 남자가 불쌍하다

by 김뭉치

예전에는 동물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귀엽게 봤다. 스크린에 가득 찬 동물을 보다 보면 사랑스러움에 어찌할 바 몰랐다.



동물이 나오는 영화가 불편해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나이가 들고 나니 동물 주연 영화를 볼 때마다 저 연기를 할 때, 저 촬영을 할 때 동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동물권을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도입부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스리슬쩍 언급하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화자도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화자 나나처럼 길고양이 출신이다. 둘 모두 고양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 사토루는 어릴 적, 우여곡절 끝에 '하치'라는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원작소설에선 얼굴의 무늬가 마치 숫자 8(八)과 같아 '하치'라는 이름을 얻었다('하치'는 일본어로 숫자 8 의미). 후에 만나게 된 나나는 일본어로 숫자 7을 의미하는 이름을 얻는다. 이 단어는 또한 '무지개'의 일본어와도 소리가 같다.


고양이 나나의 시점이 중심축이 되지만 나나를 돌보아줄 사람을 찾는 건 사토루의 시간 여행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자신을 맡아준 이모의 집으로 이어지는 여행은, 사토루의 지인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사토루의 어린 시절을 듣는 시간이었다.



나나가 있어 사토루는 행복했을 거라는 이모의 대사로 영화는 페이드 아웃된다. 이때가 되면 사토루가 그토록 아꼈던 또 다른 고양이 하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나나만이 사토루의 단 하나의 고양이였던 걸까?



마치 반전을 위한 반전처럼 등장하는 사토루의 출생의 비밀은 더더욱 사토루가 과연 행복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 고양이와 인간의 유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토루를 이토록 불쌍하게 만들었다면, 그건 너무 잔인하다. 차라리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반려동물과의 끈끈함을 좀 더 강조했다면 어땠을까. 주인의 죽음 이후 반려동물의 삶을 상상하게 만들었다면? 단선적인 스토리라인 때문에 내가 무슨 영화를 봤는지는 사라지고, 일본의 풍광만 실컷 즐기다 나온 기분이다.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을 얻었으니 만족해야 할까.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 등장하는 후지산


*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통해 선감상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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