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편집자님께

- 영화 <논픽션> 리뷰

by 김뭉치

안녕하세요, 신입 편집자님.

편집장입니다.


먼저 출판계 입성을 축하드려요.

편집자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게 많지만 혹시 그런 시간들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우려되어 편지로 대신합니다.


변화란 늘 흥분되고 두려운 법이죠. 저 역시 신입인 시절이 있었기에 편집자님을 보며 가만히 저의 과거를 떠올려 봅니다. 늘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인 우리 출판계에 들어온 편집자님께서 일하시며 행여 절망하진 않을까, 충격을 받진 않을까 걱정돼요. 그러나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선 출판계나 편집자님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긴 말 대신 이러한 출판계의 일상을 잘 보여주는 영화를 한 편 추천하고 싶어요. 이 영화를 보시면 현재 출판계의 상황을 파악하실 수 있을 거예요.


<논픽션>은 출판계와 정치계, 두 부부의 이야기를 엮어 출판계뿐만 아니라 급변하고 있는 오늘날의 시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원제는 'Double vies', 프랑스어로 '이중생활'이라는 뜻인데요. 이 영화를 보면 '이중생활'도 '논픽션'도 모두 참 잘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라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현재 출판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출판사 대표인 알랭(기욤 까네), 그의 부인이자 연극배우 출신의 드라마 연기자 셀레나(줄리엣 비노쉬), 작가인 레오나드(빈센트 맥케인), 그의 부인이자 정치인 보좌관인 발레리(노라 함자오위)가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 실제의 결혼생활과 외도의 경계에 서 있는 주인공들입니다. 알랭과 셀레나 사이에는 알랭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디지털 마케터 로르(크리스타 테렛)가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직업만 봐도 너무나 우리들 얘기 같죠?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답게 지적인 대화가 난무하는데요. 대사들만 모아 책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기억하고 싶은 대화들이 가득합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해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정치인의 실제와 허상, 디지털 시대에 난무하는 이미지들의 실체에 대해 토론합니다.


프랑스 영화답게 지적인 대화가 난무하는 <논픽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설가인 레오나드는 이 영화에서 유머의 핵심인데요. 그는 자신의 연애담을 소설로 쓰는 작가입니다. 그의 전 여자친구는 그의 소설에 자신의 이야기가 나온 걸 보고 "강간당한 심경이었다"고 밝히고, 전 여자친구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그녀를 모델로 소설을 쓴 레오나드에겐 온갖 비판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비겁한 레오나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것은 픽션이라고 말합니다. 우스꽝스럽게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태도를 견지하는데요. 셀레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죽이겠다고까지 말하는데도 기어이 그 얘기를 쓰고야 말겠다는군요.


쯧쯧. 언제 철들래, 레오나드


게다가 레오나드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만들면 낭독을 누구에게 맡길까 논의하는 자리에선 줄리엣 비노쉬가 언급됩니다. 바로 앞에 셀레나 역을 맡은 줄리엣 비노쉬가 있는데도 말이죠. 관객들은 여기서 모두 폭소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야 알겠어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우리에게 던지고픈 메시지 말이에요.


줄리엣 비노쉬에게 오디오북 낭독을 맡기자고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전자책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종이책의 수요도 있는 것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이중생활처럼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거죠. 장르 간의 경계도, 디지털과 아날로그 간의 경계도, 결혼생활과 불륜의 경계도 모두요. 마치 정치인의 실제 모습과 이미지를 우리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정치인의 실제와 괴리된 이미지에 혼란스러운 발레리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종이책과 전자책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우리 출판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입 편집자님, 저는 이 영화 <논픽션>을 보면서 편집자님과 함께 나눌 가치 하나를 찾았습니다. 디지털 마케터 로르가 우리처럼 갈팡질팡하는 알랭에게 한 말, 기억나요? "끌려가지 말고 원하는 변화를 선택해요."


우리 로르의 말대로 해요. 이제부턴 편집자님과 함께 우리가 진정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입사를 축하드리고 앞으로 혹 편집자님 앞에 펼쳐질 가시밭길이 있다면 먼저 가 가시를 치워주는 선배가 되고 싶네요. 용기를 내어주어 고마워요.


끌려가지 말고 원하는 변화를 선택해요


대부분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용감하게 책을 선택한 편집자님을 환영하며

2019년 5월 편집장 두 손 모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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