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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세탁기는 달달달 덜덜덜 돌아가고 앉혀놓은 밥도 보글보글 끓는소리가 나고 걷어놓은 빨래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어느새 탁해져 버린 어항속의 물 안에서 바나나 시클리드 한마리가 온통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며 나를 알아보는 듯 빤히 보고있다. 나 물 갈아달라는 듯 나랑 눈마주치는 그녀석을 같이 보고있는데 문득 재활용 박스를 분리해 비워야 한다는 생각. 널려져 있는 아이의 장난감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
그런데 너무나 강하게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해야할 건 정작 뒤로 미뤄놓고 중요하지 않지만 당장 눈에 보이고 급한일들만 하다가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가볍고 소소한 일상은, 어떻게 하면 즐거워지는 걸까. 왜 이런 것들은, 해도해도 한 것 같지가 않을까.
왜 난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무엇을 한 것같지가 않지.
내가 문젠가.
내 생각이 문젠가.
나는 하루를 무엇으로 가득 채워 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