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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글벗들, 그리고 은하수

학교에서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지금까지 내 휴대전화 연락처 대부분은 학교 동료 선생님들이었지만, 앞으로는 작가들로 채우리라.

은퇴 후에는 글을 쓰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나는 본래 내성적인 사람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어렵지 않게 말하는 나를 보고 외향적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그건 오랜 사회생활 속에서 길러진 모습일 뿐이다.

내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사람 많은 자리에서 벗어나 혼자 조용히 있을 때다.



내 직업은 교사였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내성적인 성향에 외향적인 습관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고요한 오두막이나 절간을 꿈꾸던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나는 그런 나의 성향을 일찍 알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며 나의 바람은 늘 기대에 어긋났다. 새롭고 다양한 아이들이 매년 입학하였고 나는 그들과 어찌 됐든 공동체가 되어 살 운명이었다.

운명은 성격도 바꾸고 기질에도 다소간 변화를 주는 듯하다. 이후 나는 남 앞에 잘 나서기도 하고 내 생각을 목소리 높여 말하며 나를 주장하는 삶을 살아왔다.

은퇴하니 더 이상 남 앞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나만의 세계에서 나를 찾고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때 일에 치여 읽지 못했던 책들도 들여놓고 읽고 쓰는 시간을 마음껏 누리리라 마음먹었는데 백수라 해서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끊임없이 휘둘리고 소모되는 삶에서 벗어나는 게 은퇴 후 나의 목표였다.


왜 이렇게 내 성향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그것이 내가 글쓰기와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제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마음껏 글을 쓰고, 작가들과 인맥을 넓히고 싶다.

혼자 글을 쓰던 나는, 글벗이 필요했다.

서로의 글을 읽고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임 말이다.

그래서 ‘다정하기로 유명한’ 페이스북이 소개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매주 온라인에서 만나 서로의 글을 읽고 합평하는 시간이 나에겐 큰 기쁨이었다.


예전에 내가 경험했던 합평은 난도질의 수준에서 처참하게 깨져 의욕까지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곳의 분위기는 달랐다. 진심으로 글을 읽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상대의 글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깨워 준다. 게다가 모임의 리더인 작가님은 정말 회원이 쓴 글에 대해 예리하면서도 다정한 평가를 해주었다. 그의 평가는 뭉툭하지 않았다. 가득하면서도 뾰족한 터치가 있어서 글을 쓴 사람은 그 정확한 터치에 감동하며 공감하고 인정했다.

나는 그 모임을 통해 합평이 이리도 다정할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배웠다. 회원들은 연령대가 다양해서 그 나이에 맞는 감각과 소재를 가지고 글을 썼고 그 글을 읽으며 나는 행복했다.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아쉬움을 남기고 모임이 끝났다. 이제 혼자서 또 글을 써야 하는 시간이 온 거다.

모임이 끝난 어느 날, 같은 기수 동료 한 분이 연락해왔다.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리더를 맡아달라고 했다.

세상에나. 리더를 맡아달라고? 솔직히 망설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은 있었지만, 성인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함께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에, 하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글쓰기 모임 <은하수>가 탄생했다.

처음엔 8명이 함께했으나 지금은 6명이 매주 모이며, 8월 중순부터는 7명이 모일 예정이다.

내향적인 내가 과연 리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 <은하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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