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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솔로숀 Nov 17. 2019

자궁내막증에 난저인데 임신될까요?

난임의 마음 (15)

자궁 내막증 진단을 받고 궁금했던 것은. 이게 요즘 흔한 질환인지, 발병 원인은 무엇인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어떤 것인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처음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자궁 내막증은 이러했다.


제목: 불임으로 이어지는 자궁 내막증!


자궁 내막증이란? 자궁 내에만 있어야 할 자궁 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 있는 질환입니다. 생리통이 엄청났을 거예요. 그 병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것뿐인가요. 자궁 내막 조직이 난소를 뒤덮으면? 배란이 안됩니다. 나팔관에 붙으면? 유착을 일으켜 난자의 흡입 운동을 방해합니다. 이걸 제대로 치료를 안 하고 임신이 됐다? 그러면 일반인에 비해 유산 가능성도 높습니다. 무섭죠? 그렇다면 우리 병원으로 오세요. ID: * * 한의원


당장에 ‘자궁 내막증 feat. 불임’도 무서운
환자에게 이런 정보는 좀 괘씸한 거 아니야?

마치 당장 이 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으면 자궁 내막이 나팔관과 난소에 증식해서 내 생식 기능을 엉망으로 만들 것만 같은 기분. 물론 그게 목적인 글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양쪽 난소에 자궁 내막증이 있었으나 배란이 가능한 상태였고, 나팔관 조영술 검사 결과 유착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난임 시술을 받는 과정 중에 배란의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나팔관 유착은 심하지 않을지 등 쓸데없는 겁을 미리 먹어야만 했다.



병의 중함보다 당시 나에게 중요한 사실은 나의 자궁 내막증이 난소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었다. 별로 주워 먹을 것도 없었던 글들을 띄엄띄엄 읽어보다가 내가 정말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오고 갈만한 글을 하나 발견했다.


제목 : 자궁내막증에 난저인데 임신하신 분?


저는 자궁 내막증에 난저이고, 현재 시험관 2차 진행 중입니다. 한쪽 난소에 내막증이 4센티 정도로 있는데 시술할 때 난포가 잘 자라지 않아 걱정이에요.

병원에서는 내막증 수술하면 난소 수치 더 낮아진다고 난임 시술을 먼저 하라고 하는데

자궁 내막증 치료를 해야 난포가 자라지 않을까요?

저 같은 경우에 성공 사례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Re: 내막증 수술 후에 난소 나이가 엄청 올라갔어요. 시술 먼저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Re: 자궁 내막증 3기에 수술하고 시험관 3차 만에 성공했어요~ 선생님이 최대한 난소를 건드리지 않고 내막증 수술해주셨습니다. 병원에서 상담을 다시 받아보시면 어때요?

Re: 자궁 내막증은 재발 위험이 높아요. 내막증 생리를 안 하면 좋아지기 때문에 임신이 답이라네요

의외로 자궁내막증, 난저인데 시험관 성공하시는 분들, 시험관 하고 쉬는 중에 자연임신되시는 분들 많아요~



나도 시험관 시술 초기에 이런 글들을 수시로 찾아보면서 잘 안될 것 같은 내 마음을 달랬다. 어떤 일에 도전할 때 잘 안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을 굳이 가까이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도 임신이 되면 이런 글을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목 : 자궁내막증에 난저인데 임신됐어요.

ID: 정우연


결혼하고 산전검사했을 때 이상 없었는데 검사 후

1년쯤 지나서 산부인과에서 자궁 내막증 진단받았어요. 병원서 임신 준비 중이면 난임 병원으로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AMH 검사 결과 제 나이는 만 31세인데 난소 나이는 40세로 난소 수치는 1.4였습니다. 검사받고 인공 수정 1회 했었고, 시술 진행하고 6개월 정도 쉬었는데 이후에 오른쪽 난소에만 있던 내막증이 왼쪽에서도 보였어요. 병원에서 시험관을 추천해서 바로 진행했습니다.


배란 주사에 반응 없을 수도 있다고 주사 고용량으로 맞았어요. 다른 분들 보니 고용량으로도 300씩 맞으시는 것 같던데 전 고날 에프 450 처방받았네요.


난자 채취하고 복수가 막 차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많이 부어올라서 힘들었어요. 생각해보니 반응이 오려고 그랬던 건가 싶습니다. 수정 10개 됐고 상급으로 2개 이식했습니다.


검사받고 마음 참 힘들었어요. 괜히 자궁 내막증 때문에 난포 안 자랄 것 같고, 착상도 방해할 것 같고.. 유산 확률도 높다고 해서 아기집 보고도 바로 태명도 못 지었어요. 지금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적절한 치료받으심 잘 되실 거예요!


그때 만난 아기가 제 배 위에서 자고 있네요.




피검사 전 날 새벽, 늘 한 줄만 보이던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봤다. 나는 의외로 차분하게 감사기도를 하고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아침잠을 청했다.


병원에서 아기집을 확인하고 초음파 사진을 받아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보기 전에 가방 안에 잘 접어 넣었다. 그리고 어느 때처럼 진료실 문 앞 소파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 걸어갔다.


- 봤어, 집에 가자

- 집으로 바로 가?

- 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고기 먹을까?

- 우리 오늘 결혼기념일이야.


네 번째 결혼기념일에 우리에게 아기가 찾아왔다.


부디 바라건대,
마음 속 풀리지 않는 모든 것들에 인내심을
가지고 의문 그 자체를 닫힌 방처럼,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해 주십시오. 정답을 찾지 마세요.
정답을 안다해도 당신은 그 답에 맞춰 살아갈 수 없을테니.
그러면 아마도 먼 미래의 어느 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답을 찾을 것이고
살고 있을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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