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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솔로숀 Nov 03. 2019

난임과 터널의 공통점

난임의 마음 (13)


다른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 결혼 생활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아이를 가져보자’는 다음 목적지를 정했을 뿐인데 우리의 내비게이션은 난임이라는 터널로 길을 안내했다.


브런치에 올린 시험관 시술에 대한 글에 ‘저도 난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댓글이 달렸었다. 난임을 겪는 중에는 특별히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내 일기에도 ‘난임이라는 터널을 진입하기 전이 제일 두려웠다’라는 표현이 있더라.


왜 우리는 난임이라는 경험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도 아니고, 오솔길을 걷는 것도 아닌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고 느꼈을까?



1.

아이를 가지고 싶은 사람이 난임 진단을 받았다면, 임신을 하는 결말이 아니고서는 이 터널을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는 것을 나는 터널 속에서 깨달았다.


난임은 어떤 형태로든 극복해야 끝이 난다. 난임과 터널은 들어가는 길처럼
나오는 길도 하나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공수정을 중단하고 다음 시술까지 텀을 두게 되면서 잠시 ‘아이가 없는 삶’에 대한 고민을 했다.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없이 사는 거다’라고 단호하게 마음먹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 보겠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난임 여성이라는 인식은 내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속해서 아쉬운 어떤 것을 만들어 냈다. 예를 들면, 나는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그 소망에 대한 좌절감이 늘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친구들이나 그들의 배우자를 닮은 아이를 보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 마음이 아프다는 것 자체가 나의 심술보처럼 느껴져 그것 또한 인정하기 힘들었다.


요즘은 비혼처럼 자발적으로 비출산을 선택하는 부부도 늘고 있다. 아이는 예쁘지만 출산과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부부와 나 자신의 삶을 더 우선하기로 결정한 사람들. 그 줄 뒤에 슬며시 서서 ‘나도 딩크에요’라고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적어도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건 숨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것 역시 내가 난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2.

난임은 피임 없이 규칙적 혹은 정기적으로 관계를 시행하는 남녀 사이에서 1년 이상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안될 경우로 정의한다.

(출처: 메디컬 리포트, 난임으로 우는 부부 늘었다)


그렇게 1년의 기다림 끝에 난임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난임 검사를 하고 시술 한 회차를 진행하려면 꼬박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만약 한 회차의 시술에 실패한 경우 다음 시술을 시작하기까지 보통 3개월은 휴식해야 한다.


난임은 터널처럼 길다.


3.

밝은 날 일반 도로를 나 혼자 달리는 것과 터널 속을 나 혼자 달리는 것은 그 기분이 다르다.


터널 속은 깜깜하다.


주변 사람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라는 얘기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난임이고 시험관 시술 과정에 있다는 얘기는 쉽게 들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숨겨지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산전 검사 결과 난임 진단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지만, 시험관 시술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스스로 시술 결과에 대한 부담을 과중시키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시험관을 시작하던 달에 친한 친구 두 명이 출산을 했기 때문이다.


그 애들의 수고에 대한 보상과 아기에게로 돌아갈 축복이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내 화제로 덮이는 것이 싫었다. 그런 이유에서 나의 어려움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지만.


내가 밝은 길을 못 찾은 결과일 수 있겠으나, 난임은 불 끄고 가는 길처럼 고요하고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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