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수인계를 준비하다

내가 당장 사라진다 해도 업무가 이어지도록

by 하크니스

직장인은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했던가? 9월 첫째 주에 정말 퇴사 욕구가 샘솟았다. 공황장애급으로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어지러워지기까지 했다. 회사에 앉아있는 12시간이 정말 고역이었다. 사람인에 무지하게 들어가 보고 알바천국도 들어가 보고 머리로 이것저것 다른 일들을 생각해 봐도 방법이 없었다.


최소한 12월까지는 이곳에 있어야 된다는 게 1차 목표였다. 지금 연봉을 맞추면서 급등주 매매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급등주 매매를 하면서 할만한 곳들은 찾아보면 계약직이나, 기본급이 너무 형편없어서 당장 생활이 힘든 곳들이 많았다.


와이프에게 맞벌이를 요구하면 될 일이기도 하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은 내가 해보고 싶다.




가슴에 사직서를 품은 채 할 일이 잘 될까? 그렇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셀프 인수인계였다. 내 다음 사람을 뽑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그게 올해 12월이 될지 내년 12월이 될지 모르겠다)는 내 업무를 모두 정리해 놔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대충 기억에 나는 것들만 한글파일에 목록으로 정리했는데 약 33가지 정도 굵직한 업무들이 있었다. 업무일 하루 당 하나씩만 정리해 놓는다고 가정하면 약 9월~10월까지면 될 것 같다(10월 추석연휴가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니 10월까지 일하고 그만둔다는 마인드로(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일하게 됐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란 책을 읽었었다. 철학적인 접근이었는데, 결국 사후세계는 없고 우리의 여기에서의 삶이 끝이라는 결론이었다. 그 결론을 통해,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가 된다.


끝을 정해놓으면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내 인생의 끝이 80살이라고 가정하면,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그게 아직 무엇인지 몰라서 도전을 못하고 있을 뿐)


이 회사에서의 삶이 올해 12월이라면 이제 4개월 남은 거다. 4개월 동안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떻게 근무하고 마무리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내가 하던 업무를 완벽하게 끝내 놓는다',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내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든다',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한다'


셀프 인수인계를 하면서 미비했던 부분들을 채워 넣을 것이다. 업무가 정리가 될 것이고, 내가 이 회사에 머물렀던 자취들을 서서히 없애갈 것이다. 그것이 4개월이 될지 16개월이 될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끝을 생각하며 마무리를 하자.


keyword
이전 10화2025년 8월 매매로 용기를 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