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로 나아간다
저번 주 화요일, 숨쉬기가 힘들고 심장이 너무 쿵쾅대는 느낌에 검색을 해보니 공황장애 증상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치료상담 등 다양한 신청을 해놨었다. 그리고 화요일 밤을 한숨도 못 잤다. 결국 수요일 아침 대표님께 퇴사 의사를 밝혔다. 목이 메어왔다. 지난 6년 간 하루에 12시간 이상씩을 동고동락했는데, 이렇게 그만둔다는 의사를 밝히니 슬픔이 먼저 찾아왔다.
대표님은 일단 좀 쉬면서 생각을 더 해보라고 했다. 수요일 바로 월급업무 처리만 마치고 퇴근했다. 목, 금은 연차를 내고 주말까지 총 5일을 쉬면서 계속 생각했다.
하루에도 수시로 생각이 바뀌었다. '더 버텨볼까? 아니 끝은 어차피 똑같으니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게 좋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출근 전 날. 아이를 먼저 재우고 와이프랑 나란히 앉아서 내 생각도 이야기하고 와이프 생각도 들었다. 든든하게 내 생각을 지지해 준 와이프. 결국 어차피 퇴사하게 될 걸 얼른 퇴사하고 각기 갈 일을 찾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대표님이 생각은 정리했냐고 해서, '바뀐 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표님은 '다 떠나네'라고 아쉬운 듯한 말을 했다.
10월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고 그때까지 다른 직장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다. 내가 회사를 위해 넣었던 신용대출은 대표님께서 매달 갚아 주는 걸로 이야기가 마무리 됐고 나는 깔끔하게 그만둘 수 있었다.
바로 주말 알바까지 찾아봤다. 토, 일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하는 편의점 일이었다. 당분간은 해놔야 할 것 같아서 전화면접을 봤고, 내일 이력서를 들고 면접을 볼 계획이다.
20살 때 하던 편의점 알바를 40 먹고 다시 할 생각을 하니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그래도 가족을 위한 거고 영원히 할 것도 아니고, 타깃은 내년 12월까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겠다.
아직 다음 잡은 정해지지 않았다. 추석 전이라 아직 새로운 공고들은 잘 나오고 있지 않다. 10월까지 내 새로운 잡을 찾아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내가 소속감을 느끼고 인정받으면서 나도 일이 재미있는 그런 잡을 찾고 싶다. 서로 좋은 회사를 만나고 싶다.
항상 새로운 시작은 설렘이 있다. 하지만 마무리는 왜 이렇게 씁쓸하고 허전할까. 나는 떠나지만 남은 이 회사는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고, 누가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예전에 이 회사 다녔었어. 이 회사 창립멤버였어. 내 자본금도 들어갔었어'라고 할만한 회사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나온 모든 회사들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