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관계된 모든 것이 지식이 된다
읽고, 이해하고, 적용하는 QT방법이 설명하기 위한 재료를 얻는 방법이었다. 재료를 얻는 방법은 알았다. 그러면 설명을 위한 재료들은 어디에 있을까? 하나씩 천천히 알아보자.
일단 설명을 할 수 있는 재료들은 '나와 관계된 그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 내가 하는 모든 경험이 설명을 위한 재료가 된다. 음악을 듣는다면 음악을 설명할 수 있다. 가사, 멜로디, 구성하는 악기, 그리고 그걸 들은 나의 감정, 생각들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맛집에 가면 맛집의 메뉴, 장소, 운영시간, 직원들의 친절함 정도, 매장인테리어, 분위기, 나오는 음악 등을 설명할 수 있다. 즉, 내가 체험하고 경험하는 그 모든 것들을 우리는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주로 설명할 재료를 얻는 루트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책이다. 책은 정말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설명할 수 있는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물창고다. 경제, 경영, 가정, 살림, 건강, 취미, 소설, 시, 희곡, 역사, 예술, 자기 계발, 자연과학 등 책에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꼈던 건, 대학원의 교재보다도 시중에 나와있는 일반 서적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대학원에서 발표 수업을 할 때면 교재 외에도 다른 책들을 참고해서 발표를 준비하곤 했다. 전문분야도 책으로 공부하기 좋다.
또한 소설이나, 에세이, 자서전 등을 보면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들을 경험해 볼 수도 있다.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성공하기 전에 느낀 어려움과 고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들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을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또 설명의 재료들이 된다.
유명한 부자들,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끼고 사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책이 중요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책을 읽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통달하자는 게 내가 이야기하는 핵심이다. 그냥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을 남에게 설명해 주자. 그리고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내 삶에 적용해서 삶의 한 부분이라도 바꾸자는 게 내 제안이다.
두 번째는 각종 SNS다.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 등의 SNS에서 우리는 설명할 재료를 얻기도 한다. 책에서 거의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운동에 관해선 책에 한계가 있다. 예전에 볼링을 잘 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볼링책을 사서 아무리 읽어봐도 스핀을 주는 방법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볼링강좌를 한 번 살펴보고, 댓글을 달아서 물어보니 이해가 쉽게 됐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들어가는 지식은 영상으로 시청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시간의 흐름이 빠른 것은 책 보단 블로그 같은 SNS가 유리하다. 방콕을 갈 일이 있었다. 동생이 방콕을 먼저 갔다 왔었기에 동생한테 꼭 가보면 좋을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내 동생은 어이없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줬는데, 무려 5년이 지난 책이었다. 5년이면 관광지의 음식점이나 명소는 바뀔 수도 있다. 이런 곳에 관련된 정보들은 아무래도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정보를 얻는 게 낫다. 책이 좋긴 하지만 한계가 있는 부분들이 있어 영상을 활용하는 게 더 좋은 분야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다만 그냥 눈으로 보고 끝내는 게 아니고 계속 말했듯이 배운 걸 설명하는 연습을 하자.
세 번째는 직장이다. 일터에서 얻는 지식들은 정말 전문 지식들일 확률이 높다. 직장에서 하는 경험들을 잘 설명하면 상당히 깊이 있는 재료가 된다. 금형사출 스타트업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금형사출은 제조업 중에서도 뿌리기업으로 들어가는 우리나라의 핵심 제조업 중 하나다. 금형전문가가 아닌 나는 마케팅 부서로 입사를 했다. 하지만 금형사출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금형사출에 대해 알아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금형사출, 제품개발 쪽으로 좋은 서적이 별로 없었다. 많은 개인사업자 사장님들도 만나고, 사출업체도 가보고 발로 뛰면서 이 분야의 생태계, 전문 용어들을 공부할 수 있었다. 나를 뽑았던 마케팅 이사님은 금형사출 분야의 이론들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3년 정도 근무하고 일반인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책을 써서 출판했다(올해 출간 예정).
나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을 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어떻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공부했다. 계속해서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합격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그리고 나처럼 사업계획서를 혼자 쓰는 게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전자책으로 쓰게 됐고 크몽에서 팔 수 있었다. 이 노하우를 토대로 클래스 101에서 강의 제안이 와서 강의도 했다. 매년 초 정부지원사업 시즌이 되면 내 책은 팔리고, 강사로도 출강한다. 이는 모두 내 직장에서 내가 알게 된 노하우들을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이뤄낸 업적이다.
회사에서 하루에 최소 8시간씩은 근무한다.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한다. 최소한 하루 한 가지, 자신의 업무를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고 기록해 두자. 나는 회사 블로그에 비공개로 내 업무들을 하루에 하나씩 업데이트해놓는다. 인수인계를 한다는 생각으로 적어놓는다. 만약 내가 내일 갑자기 퇴사하게 된다고 해도 누군가 회사 블로그에 있는 글을 보고 내 업무를 다 따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로 설명을 올려놓는다. 하루에 8시간이다. 하루에 15분만 써도 1년이면 백과사전 하나를 쓸 수 있는 시간이다. 하루 8시간이면 정말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 회사에서 잠깐이라도 내 업무를 설명하는 연습을 하자.
네 번째는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같은 스토리물이다. 생각보다 스토리물에서 얻는 인사이트들이 있다. 꼭 지식책이나 자계서가 아니더라도 이런 스토리물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들이 많이 있고 이를 놓치지 않고 설명할 수 있게 연습하자. 자신이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이나 대사들, 그때 그 상황들을 기록하고 설명하자.
코로나 때였다. 집에서 귀멸의 칼날을 보고 있었다.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와 츠유리 카나오의 대화 장면이었다. 카나오는 탄지로와 귀살대 동기이다. 카나오는 어릴 때 입은 큰 충격으로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지 못했다.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할 뿐이었다. 누군가 말을 걸면 대답을 해야 할지 말지 몰라서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탄지로는 카나오가 자신의 의지대로 살길 원했다. 그래서 동전을 던져서 앞이 나오면 카나오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기로 했다. 뒷면이 나오면 지금처럼 남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기로 했다. 탄지로는 동전을 멋지게 하늘 위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동전이 탄지로의 손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점프 소년만화에선 동전이 앞면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카나오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탄지로는 동전을 들고 뛰어나가면서 말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자신의 의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라고. 그러자 카나오는 아주 놀라면서 물었다. '만약 앞면이 나오지 않고 뒷면이 나오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러자 탄지로는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씩 웃으며 말했다. '뒷면이 나오면 앞면이 나올 때까지 던지려고 했어', 이 만화에서 탄지로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남자다. 즉, 카나오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고 싶을 때까지 동전을 던져서 그렇게 만들어 줬을 거다. 카나오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그 우직함이 탄지로의 매력이다. 이 장면이 나에게는 아주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탄지로. 그 우직함이 부러웠다. 일단 나 자신에 대해서 우직해지고 싶고, 또 남의 삶까지 생각하는 탄지로의 마음씨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장면이 그토록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잘 저장된다. 스토리를 설명하고 내가 이해한 바를 설명하다 보면 남을 설득할 때 참 좋은 재료가 된다. 영화를 볼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만화를 볼 때도 내가 본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읽어보자. 아니면 포스팅을 해도 좋다. 영화를 본 후 짧은 리뷰를 남겨도 좋다. 그것들은 분명 좋은 재료들이 된다.
다섯 번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것을 하다 보면 설명할 재료들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매일 가던 길을 다른 길로 가보자. 새로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단축될 수도 있다. 못 보던 것들을 볼 수 있다.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생길 수 있다. 안 해보던 활동을 해보자.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시도하자. 매일 끓이는 라면을 독특한 방법으로 만드는 영상을 보고 시도해 보자. 매일 가는 음식점에서 새로운 메뉴를 시켜 먹어보자. 지하철에서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다면 다른 자리에도 앉아보자.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설명할 것들을 만들어 준다.
지금까지 내가 설명할 재료들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들을 나열해 봤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하면서 단 한 가지라도 남에게 설명해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경험을 해보자. 경험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