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5단계
네이버 어학사전에 지식이라는 단어를 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1.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2.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
3. ‘벗’을 이르는 말.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지식은 1번에 해당한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말한다. 하지만 지식에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처음 지식을 접하는 단계가 가장 낮은 지식의 단계이며 최종적으로는 설명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꼭 그 단계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식을 얻어서 어떻게 사용할지, 그 목적에 따라 지식을 얼마나 깊이 있게 배우고 이해할지가 다르다.
예를 들어, 간단한 자격증 공부 같은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 외우는 단계까지만 가도 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공감을 얻어내려면 최소한 설명하는 단계 이상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도 설명하는 단계 이상의 지식수준을 원한다.
결국 우리가 설명하는 단계 이상의 지식을 쌓고 그 설명하는 행위를 어떤 매체에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방향이 정해진다. 설명하는 행위를 시작할 때 우리는 지식·정보 소비자에서 콘텐츠 생산자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바로 지식과 정보의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은 어떤 단계가 있는지 간단히 알아보고 넘어가자.
지식의 5단계
1. 접하는 단계
2. 외우는 단계
3. 이해하는 단계
4. 적용하는 단계
5.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단계
우리가 원하는 지식의 단계는 5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1. 지식을 처음 접하는 단계
처음 어떤 지식을 보고 듣는 단계이다. 외우거나 남한테 설명할 정도는 되지 않고, 오로지 그 지식 한 가지에 대해서만 접한 정도다. 남이 설명하는 것을 듣는 것은 아주 쉽다.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배드민턴을 배운다고 생각해 보자. 배드민턴 코치가 스매싱하는 모습을 시연한다. 눈으로 보기엔 아주 쉽다. 나도 라켓을 들고 휘두르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드민턴 코치는 설명을 가미한다. 어깨로 휘두르는 게 아니고 손목을 사용하고, 임팩트 순간에만 빠르게 힘을 주어 셔틀콕을 치라고 한다. 그럼 회원들은 누구나 다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마치 ‘이해했다’는 시그널을 보낸다. 여기까지는 어떤 것을 처음 접한 상태다.
이 단계는 마치 이해한 것 같고, 외운 것 같은 상태지만 실제론 머릿속에 한 번 스쳐 지나간 정도의 단계다. 이걸 이용해 뭔가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상태의 지식이다.
2. 외우는 단계
이해는 되지 않지만 우선 머릿속에 암기하는 단계다. 암기한 지식이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우선 암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기를 우선 하고, 나중에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금방 휘발되어 사라질 수 있어 연약한 상태의 지식이다. 암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이동될 수도 있다. 반복의 횟수가 중요하다.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반복도 중요하지만 다음 단계인 이해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3. 이해하는 단계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단계다.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닌, 원리, 메커니즘 등을 이해하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나 그거 알아!'라고 하는 수준이다. 선생님이 처음 설명해 주는 근의 공식이 왜 저렇게 되는지 눈으로 연산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머릿속으로는 이해된다. 하지만 아직 그것이 정말 나의 지식이 되진 않았다. 문제도 풀어봐야 하고, 공식도 외워야 한다. 외우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식의 단계다.
4. 적용(실천)하는 단계
머리로 이해한 것을 직접 실전에 적용하는 단계다. 근의 공식을 이해했으면 문제에 대입해 풀어본다. 미국 주식을 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실제로 어플을 깔고 매매를 해본다. 스매시를 배웠으면 배드민턴 코치가 올려주는 공을 스매싱해 본다. 이런 것들은 실행해 보는 단계다. 머리로 이해했을 땐 아주 쉬웠는데, 실제로 적용해 보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스매시를 해도 라켓에 안 맞기도 한다. 근의 공식에 넣고 근을 구했는데, 오답이 나온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가 이해했던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지식의 깊이가 깊어진다. 이때를 우리는 습득한다고 한다. 익히는 단계다. 보통 이 단계까지는 많이 진행한다.
일반적인 공부, 또는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건 4번 단계까지다. 혼자 알고 이해하고는 있다. 혼자 적용해서 실천해 보고 실패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깨달음도 많이 얻고, 스스로 만족하기도 한다. 적용해서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면 고쳐가면서 지식을 더 정교하게,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 하지만 진짜 지식이 되려면 남한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워서 남주기’라는 프로필명을 한 초등학교 교사가 친구로 있었다. 배우고 익혀서 남한테 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게 교사, 진정한 선생님이다. 내가 배우는 모든 것을 이런 자세로 공부하고 익힌다면 그 분야의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다음 지식단계를 설명하겠다.
5. 설명하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단계
내가 알고 있는 걸 남에게 설명하는 단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생각 해보지 못했던 질문들에 답한다. 그러면서 혼자만 알고 있을 때 보다 더욱더 성장한다. 토익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면 스터디그룹에 들어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터디그룹에 들어가면 하루에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단원을 나눠서 설명을 한다. 한 명이 설명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질문을 한다. 그러면서 스터디를 하는 시스템이다. 누가 가장 많은 공부를 하게 될까? 설명하는 사람이다.
강남에서는 거꾸로 수학교실 같은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나와서 설명을 하고 선생님은 앉아서 설명을 한 학생에게 질문을 하는 수업이다. 누가 가장 많은 공부를 하게 될까? 나와서 설명하는 학생이다. 능동적인 공부가 되고,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으면서 점점 성장한다.
사람의 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일 때는 '질문을 받았을 때'이다. MRI 뇌 영상을 보면 일방적으로 수업을 들을 때 보다 질문을 받았을 때가 훨씬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는 과정 자체가 지식의 깊이가 가장 깊어진다.
우리가 원하는 지식의 단계는 5단계이다. 5단계로 가면 지식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이 지식을 영상으로 표현하면 유튜버가 될 수 있다. 이 지식을 글로 표현하면 책이 되고, 포스팅이 된다. 만화로 표현하면 웹툰을 만들 수 있다.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식을 탐구하다 보면, 공부의 자세 자체가 달라진다. '이걸 남에게 설명하려면?', '이 지식의 출처는?', '만약 ~~~ 질문이 나온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하지?' 이렇게 능동적인 자세로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지식을 접하는 자세자체가 달라진다. 매우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다음 글부턴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지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