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연습 - 근거와 스토리
우리가 설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질문은 바로 '왜?'이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쉬운 질문이면서, 또 설명하는 연습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질문이기도 하다. 바로 이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연습은 나의 설명력을 키워준다.
주니어 플라톤 교사를 한 적이 있다. 주니어 플라톤이란 (주)한솔교육에서 만든 독서 토론 수업이라고 보면 된다.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다. 보통 3~4인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매주 같은 책을 3 회독씩 하고 수업에 들어온다. 내가 하는 일은 책의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백설공주를 읽어오는 날이었다고 하자.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얘들아 난쟁이들이 백설공주에게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데 백설공주는 왜 마녀가 찾아왔을 때 문을 열어줬을까?'라고 물어보면 어떤 애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백설공주가 참을성이 없어서요' 이렇게 대답하는 애한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은 '왜 그렇게 생각했어?'이다. 그럼 애가 자기 생각을 말한다. '마녀가 들고 간 사과가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먹고 싶어서 난쟁이들이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어도 열어준 것 같아요', 그럼 내가 한 번 더 묻는다. '사과가 먹음직스러운 거랑 참을성이 없는 거랑 어떤 관계야?', 그럼 아이가 대답한다. '먹고 싶은걸 못 참으니까 참을성이 없는 거죠!'
주니어 플라톤 광고가 아니다.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수업이 이렇게 진행됐다. 누가 진행했어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3 회독 정도 하고 오면 저렇게 대답하는 애가 있다. 토론 수업의 장점이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아이도, 저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이다.
수업의 진행과정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화두를 던지고, 의견을 제시하는 친구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이 수업의 원리다.
자 이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내가 학생이 되는 거다. 나의 생각, 지식, 경험, 주장 등 내가 설명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우선 설명한다. 그리고 나오는 '왜?'라는 질문에 우리는 대답을 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이 대답을 보통 '근거'라고 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근거를 만들고 대답하면 된다. 그리고 그 근거가 타당할수록 상대방은 설득될 수 있고, 동기부여 될 수 있고, 알아가는 게 많을 것이다. 반면 '왜?'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내가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예전에 내가 '단식'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친구한테 책을 읽고 만나서 '단식이 몸에 좋다는데?'라고 말하자 친구는 너무 당연하게 이렇게 물었다. '단식이 왜 좋아?' 당연히 책에서 읽었을 땐 좋다고 그래서 받아들였는데 친구가 물어보니까 설명하기 어려웠다.
지금 설명해 보면 이렇다. 3일이 넘는 단식은 몸을 아주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소화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엄청나다. '효소 식생활로 장이 살아난다. 면역력이 높아진다'라는 책에선 소화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마라톤을 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와 맞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단식을 하는 동안 우리는 소화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이 에너지를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의 흡수 및 사용, 몸의 노폐물과 음식 찌꺼기의 제거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긴 시간의 단식일 때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3일 이상의 단식을 하면 너무 많은 음식물들을 소화하느라 지쳤던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고, 소화에 들어가던 에너지를 활용해 몸을 회복시킨다. 영양이 부족할거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오히려 우리의 몸은 너무 많은 영양소를 지방의 형태로 저장하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다. 단식하는 동안 우리는 지방을 활용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체중 감량도 할 수 있고, 몸은 더 좋아진다.
이 단식책을 쓴 책의 저자는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국가대표까지 갔던 그가 다리 부상으로 피겨 스케이팅을 그만둬야 했었다. 그 어떤 의사를 만나도 희망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장시간의 단식의 힘을 깨닫고 단식을 통해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했던 그 병을 이겨냈다.
나는 그 단식책을 읽고 3일을 단식을 했다. 단식원에 들어가서 단식을 했는데, 3일 동안 2리터 정도 되는 미지근한 물을 매일 마시고, 다른 음식물은 섭취하지 않았다. 내 몸으로 내가 직접 실험했다. 내가 단식을 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었다. 얼굴에 난 여드름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3일 동안 여드름이 상당히 많이 없어졌다. 얼굴의 수분이 촉촉했고 부드러워졌다. 무엇보다 몸이 많이 편안해졌다. 3일 후 4일째 되는 날은 단식을 끝내고 보식을 했다. 보식은 오렌지 6개 정도를 하루동안 나눠 먹었다. 그렇게 위와 장에게 좋은 음식을 주면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단식이 왜 좋아?'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설명이 된 것 같다. 근거 + 스토리라는 공식으로 설명하면 그 설명력은 아주 강력해진다.
교회에서 설교하는 목사님들을 보면 이 방법을 참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다. 성경구절을 읽고, 성경구절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한다. 하나님이 왜 그러셨는지, 예수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제자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하신다. 이와 비슷한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의 스토리 같은 걸 이야기해 준다(주로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에게 적용점을 준다. 그렇게 설교가 끝나고 헌금을 걷는다.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본 내 의견이지만, 설교가 효과적이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을 때 헌금은 더 많이 걷힌다.
내가 읽는 책들도 대부분 이런 플롯을 지닌다. 책의 저자가 나온다. 자신이 변하기 직전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삶의 어려움, 고난, 고통을 겪을 때의 일이다. 그것을 어떠한 깨달음, 행동을 통해 이겨냈다고 소개한다. 한껏 궁금증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 그 행동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그리고 그 깨달음과 행동이 '왜?' 자신을 바뀔 수 있었는지 그 근거를 소개한다. 스토리와 근거의 조합이다. 그리고 말해준다.
'나처럼 힘든 사람도 내가 깨달은 이 방법을 이용해서 성공할 수 있었어, 너도 한 번 해봐!'
설명하는 연습을 하자. 저번 시간에 연재했던 내 글에 나오는 지식의 재료들을 찬찬히 설명하자. 근거 + 스토리로 연습해 놓으면 좋겠다. 이렇게 만들어놓은 근거 + 스토리는 좋은 콘텐츠가 된다. 일주일에 하나라도 설명하려고 노력하자. 큰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