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돌아오는 길,
정신을 반 놓은 채로 치킨을 주문했다.
부모님께서 일주일 간 터키 여행을 가게 되면서
연차를 쓰고 고향집으로 강아지를 보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이 날부터 오늘까지 식욕이 아주 그냥 제.대.로 터져버렸다는 겁니다.
지난 10월 말로 예정되어 있던 바프를 11월 말로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의욕이 확 꺾여버린 건지 아니면 최근 수면 패턴이 조금 흐트러지며
식욕 조절 호르몬이 이상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뭐든 막! 막 먹고 싶더라구요.
며칠 전에 헬스장에서 하체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치킨이 미친 듯이 땡겨서 후참잘(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을 배달시켰습니다.
식단에 신경을 써온 지 어언 두 달, 그간 한 번도 이토록 강렬한 식욕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이런! 이땐 정말 잠깐 정신을 놨던 것 같아요.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 맥주 반캔
치킨을 기다리며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 뇌에 이성적 및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되며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화가 너무 나면 키보드가 부서질 듯이 글을 쓰고는 해요.
그러면 얼마 안 있어 흥분이 좀 가시거든요.
식욕 터져서 멘붕인 상태에서 쓴 글
그간 식욕을 과도하게 참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지?
의문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주말에 한 번씩은 먹고 싶은 것도 소량이지만 먹어왔었고,
평상시에도 나름 맛있게 식단을 구성해 먹어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분석을 해봤습니다.
왜 갑자기 식욕이 폭발했을까?
1) 최근에 수면 패턴이 바뀌었다.
몇 달간 22시 30분 - 5시 30분의 수면 패턴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서 회식이 있기도 했고,
브런치 및 블로그 콘텐츠 작성 시간도 과도하게 길어지면서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기상시간도 7시가 넘어가게 되었구요.
2) 배란기의 증상이 평소와 달라졌다.
저는 보통 배란기가 되면 으슬으슬하니 몸살기가 2-3일간 지속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몸살기는 반나절 만에 사라지고 식욕이 엄청 증가한 것 같습니다.
배란기에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많이 분비가 되는데,
이 호르몬으로 인해 식욕 및 성욕이 증가하게 된다고 해요.
3) 잠들어 있던 보상심리가 발톱을 드러냈다.
두 달간 나름 열심히 식단을 해오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먹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쌓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마다 조금씩 먹고 싶은 걸 먹어서 보상심리가 안 생길 줄 알았는데..
어쨌든 좋아하고 먹고 싶은 것들을 꾹 참아야 했으니까요.
어제 오전에 먹은 heavy한 브런치
4) 본가 강아지를 혼자 돌보며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저희 본가의 강아지(몰티즈, 12살)는 사납고 굉장히 예민한 편입니다.
혼자 이렇게 긴 시간 이 친구를 케어한 경험이 없어서 모든 게 서투르더라구요.
더 잘해줘야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강압적이게 될 때도 있는데,
그게 또 이 친구한테 미안했습니다.
여기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제 몸이
가장 빠른 도파민 충족제인 '고칼로리의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밉지만 사랑해 우리 강아지!
5) 바디프로필이라는 목표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다
처음엔 단순히 '지금의 내 모습을 남겨보면 좋지 않을까?' 정도로 시작한 바프.
그런데 식단을 지속해 가면서 '올해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찍어야만 한다.'는
숙제로 바뀌어버린 것 같습니다.
또, 슬슬 연말이 다가오니 조금은 chill out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느슨해진 마음도 큰 것 같습니다.
이미 식욕이 터질 때로 터져 버린 상황에서
무작정 참는다고 참아질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시 변화를 만들어 가보자'는
마음으로 몇 가지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고,
리스트를 계속 상기하며 며칠간 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얼 하지 말아야 하고,
무얼 해야 하는가?
이런 위기 때는
무언가를 더 추가하는 것보다는
덜어내는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보는 편입니다.
[ NOT TO DO ]
억지로 식욕 참기 : 먹자, 딱 적당히 배부를 만큼만 먹자. 그리고 먹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받지 말자.
밤늦게까지 영상 보기 : 잠들기 1시간 전에는 따듯한 차 한잔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짧은 글을 쓰자.
강아지에 대한 과도한 생각 : 어쨌든 나는 연차를 7일이나 내고 집에 왔다. 나는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너무 미안해하지 말자.
바디프로필에 대한 강박적인 생각 : 올해 꼭 안 찍어도 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은 나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후참잘 조지기 전 스쿼트...
[ TO DO ]
몸을 더 부지런히 움직이기 : 많이 먹고 있으니 에너지가 더 도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자주 더 많이 움직이자!
본가에 내려온 후 7일 중 5일을 운동했네요
하프 마라톤 기록 경신하기 : '달리면 결국 살이 빠진다!' 다만, 조금 더 재미있게 달릴 수 있도록 전에 안 해봤던 형태로 달려보자. 한 달 반 뒤에 예정된 두 번째 하프 마라톤에서는 기존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보자.
두번째 하프 마라톤은 6:30 정도로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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