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기 보다는 알아주기
엄마로 살아가면서 가슴이 아려 본 순간 있으신가요? 이 ‘아리다’라는 단어는 ‘앓히다(앓다+이)’에서 ㅎ이 탈락되면서 ‘아리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끙끙 앓을 만큼 매우 아픈 감정인 것이죠.
제 경험을 가만히 떠올려보니 아이가 많이 어렸을 때 아린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더라구요. 아이가 두 살 때쯤 단순 기침 감기인줄 알고 동네 소아과에서 기침약만 타서 며칠을 먹였는데, 집에 놀러오신 친정 엄마가 아이 숨소리가 거칠고 심상치 않다면서 큰 병원에 가보자고 하신거에요. 그런데 엑스레이 결과 폐렴이더라구요. 바로 입원수속을 밟고 입원을 해야했는데, 링거 바늘을 꽂을 때 아이가 뒤집어지며 우는 모습에 정말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병원 환자복을 입고 가녀린 손등에 링거를 꽂고 쌔근쌔근 잠든 아이를 보면서, 무심했던 엄마로서 가슴이 아려와 울며 밤새 잠 못 이루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아리는 감정은 미안함과 슬픔보다는 좀 더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또 다른 상황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친정 엄마를 보며 이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제서야 나의 엄마도 다시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어릴 때는 잘 몰랐던 그 시절 엄마의 이유 있는 행동들이 막상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까 가슴으로 확 와닿는 그런 경험 말이에요.
‘아, 우리 엄마도 그때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엄마의 삶도 참 힘들었겠다.’
여자의 삶 보다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자녀의 엄마로서 역할에만 충실했던 친정 엄마의 나이든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며 가슴 한 켠이 아려 오더라구요.
이처럼 아린 감정은 대리를 통한 공감과 고통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자녀가 느끼는 것을 함께 더 깊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육체적이든 감정적이든 고통을 겪을 때 엄마의 마음이 그 고통을 반영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자녀나 친정 엄마에 대한 사랑, 걱정, 희생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뒤섞여 있습니다. 더불어 그리움이나 두려움, 보호하려는 욕구 등 엄마의 모성 본능과도 연결되어 있고요.
그렇다면 마음이 아려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세 가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마음이 아프도록 허용
때때로 고통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히 고통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 감정은 내 사랑의 일부이며 엄마로서의 깊이를 반영합니다. 이 감정에 저항하기보다는 그것을 모성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실제로 그 감정의 가장자리가 말랑해질 수 있답니다. 판단하지 말고 이 느낌을 안고 그대로 잠시만 앉아 있어보세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둘째, 통제할 수 없는 것 받아들이기
엄마의 아픈 마음은 대부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신경쓴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내 능력 안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통해서 조금씩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일기쓰기, 호흡 또는 명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면,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가 고쳐야"한다는 마음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현재에 집중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거나 후회되는 과거를 되돌아보기 보다는 현재 순간에서 다행과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해보세요. 아이와 함께 웃는 것, 조용한 포옹, 다정한 대화 등에서 오는 연결의 순간은 내면을 보다 따뜻한 감정으로 채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슴이 아리는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감정 수용, 자기 연민, 따뜻한 연결을 통해 고통을 더 부드럽게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자녀에게 엄마가 가슴이 아리도록 깊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엄마로서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자 보살핌의 뿌리라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