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mi Aug 14. 2019

그리스마스

그리고 안나

치맥과 함께하는 그리스마스

 그리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일명 그리스마스!! 이탈리아 여행, 크리스마스 파티, 메테오라 여행까지. 계속되는 일정에 지쳐 크리스마스는 좀 쉬어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약속이나 한 듯 다 함께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렸다. 영상통화를 건 엄마는 어떻게 아가씨 셋이 크리스마스 약속도 없냐며 뭐라고 한다. 그게 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맛있는 걸 먹어야지! 하면서 셋이 함께 레몬맥주를 사고 KFC를 시켰다. 한국과 같이 다양한 양념 치킨이 없는 건 아쉽지만, 치맥은 언제나 즐겁다. 약속이 없어서는 절대 아니다. 안그래도 안나라는 언니의 그리스 친구가 크리스마스 때 다 같이 술을 먹자고 했다던데, 집순이를 자청하며 집에서 먹는 술이 오늘 같은 날은 더 좋다.


(그리스의 크리스마스)



 그리스는 원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집집마다 보트 장식을 했는데, 1950년대 이후로는 트리가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서 보트 장식과 트리를 모두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는 많은 상점들이 문을 열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또한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방문해서 노래를 부르고 용돈을 타간다.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니 벌써 일정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돌아갈 것을 생각해서 원서도 쓰고, 슬슬 할 일도 하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언니 집에선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언니 집에서 스타벅스가 아주 지척에 있다. 그리스의 스타벅스는 어떨까. 노트북과 다이어리를 챙겨들고 스타벅스로 갔다.

 전세계에 체인점을 갖고 있는 카페이다 보니 인테리어도 한국과 비슷, 메뉴도 비슷하다. 여기도 카페에서 노트북을 들고 와서 할 일을 하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띈다. 전세계 어디에나 카공족은 있는 것 같다. 그리스는 야외 좌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야외 좌석이 많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한국과 다르게 크로와상과 도넛 메뉴의 비중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초반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라떼를 많이 시켜먹었는데, 보다보니 가격이 이상하다. 카페라떼는 3.5유로, 아메리카노는 2.8유로, 카푸치노는 2.85유로이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가 가장 싸고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가격이 똑같은데 여긴 왜 카푸치노가 가장 싼걸까? 그리스 친구 안나에게 물어보니 카푸치노가 여기서는 가장 베이직한 메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작은 차이지만 이런 것들이 재미있다.


안녕, 안나

 메신저로 그리스 친구 안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그녀가 갑자기 만나자고 한다. 만나서 궁금한 것들을 설명해주겠단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 잠깐 봤던 안나는 정말 활달하고 여러 언어를 하는 친구였다. 한번밖에 만난 적이 없기도 하고, 조금 갑작스러운 느낌이 들어 망설였는데 그리스까지 와서 혼자 스타벅스에 있는 것보다 나을 거 같아 만나기로 했다.



 집에 있던 사촌동생까지 준비시켜 함께 나왔다. 안나와 만나기로 한 모나스트라키 광장엔 항상 사람이 많다. 얼마 뒤 안나가 온다. 간단히 그리스의 길거리 음식 기로스를 함께 먹었다. 우리나이로 23살인 안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며, 한국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굉장히, 아주 굉장히 활발하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나도 덩달아 텐션이 올라간다. 안나는 오늘 두 개의 구직 면접을 본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는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그렇게 두 번 면접을 보았다. 가는 길에 나도 구직중이라 했더니,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냐 외국에서 일을 하고 싶냐 묻는다. 한국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에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안나는 자신도 한국으로 오고 싶다고 한다. 아마도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승현 때문인 것 같다.(안나는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귀었었다.) 그리스의 어떤 것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살짝 포장을 해서 대답했다. 온화한 날씨도 좋고, 길가의 오렌지 나무도 좋고, 너도 좋다고. 다만 관광지 주변의 지나친 호객행위와 느린 서비스는 싫다고 대답했다.



 모나스트라키 광장 주변 장난감가게에서 한국으로 들고 갈 장난감을 함께 잔뜩 골랐다. 안나에게 줄 작은 미스테리피규어 인형까지. 생각지 못했던 선물에 안나가 활짝 웃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