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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 Aug 20. 2019

아테네에서의 소소한 일상

그리스 은행에서 집세를 보내다

 요새 언니는 회사일로 정말 바쁜가보다. 언니가 사는 집은 매달 5일까지 그 달의 집세를 내야하는데 은행에 갈 시간이 없단다. 대체 왜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사용 안하냐고 했더니 비밀번호를 까먹었다고 한다. 정말 답이 없다. 결국 내가 은행 심부름을 하기로 했다.

 4시에 닫는 우리나라 은행도 너무 빨리 닫는다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은행이 2시면 문을 닫는다. 아침에 일어나 여유를 부리다 은행 닫는 시간을 알고는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핸드폰으로 받은 집 계약서 사진과 돈 400유로를 들고. 그리스 은행은 들어가는 문이 이중으로 되어있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집세를 보내고 싶은데요- 서툰 영어로 계약서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하자 친절하게 처리를 해준다. 직원이 이게 맞냐고 사인을 하라고 하는데 온통 그리스어라 까막눈이다. 집주인 아티나의 이름을 말하며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사인을 했다. 맞겠지 뭐. 그리스에서 집세를 내보았다. 글을 몰라도 일처리는 할 수 있구나. 사실 정말 별거 아닌 일인데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고 뿌듯한 느낌이었다.


중국인 친구, 진리

 새해 첫 토요일, 언니 회사 동료인 진리를 만나게 되었다. 아테네에 올때 언니가 잔뜩 면세점 심부름을 시켰었는데, 그 중 하나가 진리 것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면세점 심부름을 해준 것에 대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일본 음식점에서 진리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진리는 한국에 2년 살았었다고 한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는데, 한국에 왔던 것을 계기로 자신의 시야가 매우 넓어졌고, 이제 그리스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그리스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에,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는 것이 목푠데 비자 발급이 잘 되지 않아 아직 유럽 여행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 여권 파워가 부럽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에도 관심이 많은 진리는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귀엽고 싹싹한 진리와의 만남은 즐거웠다.


아크로폴리스

 매 달 첫 번째 일요일은 아크로폴리스 입장료가 무료이다. 그래서 다 같이 아크로폴리스에 가기로 했다. 관람객이 너무 많을까 걱정이 됐는데, 겨울은 관광 비수기인지라 관람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 날씨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겨울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따뜻하고 좋았다. 모나스트라키역을 거쳐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길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행위예술이나 플리마켓이 즐비하다. 관광지 특유의 느낌도, 날씨도, 기분도 좋았다.

우리는 여기서 귀여운 토끼 가방고리를 여러개 구입했다. 하나에 6유로짜리를 4개에 20유로에 주면 안되냐는 우리의 물음에 인상좋은 여주인은 안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끈질긴 요청에 뽀뽀 한번에 20유로에 주겠다며 흔쾌히 내어주었다. 언니가 여주인의 볼에 뽀뽀를 했다. (언니의 뽀뽀는 4유로였다!) 하나씩 토끼 인형을 나눠가졌다. 보들보들한 토끼인형의 촉감이 내 마음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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