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한달살기 매거진을 연재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시간이 많아서였다.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상, 그리스에서도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하다가 글을 썼던 것이다.
처음엔 낯선 곳의 모든 것이 신기했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재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글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여행 때는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다보니 폰에 모든 기록을 남기기힘들었고, 아테네에 있을 때보다 시간이 훨씬 적었다. 이후 계속된 일정으로 바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흐름이 끊기니 다시 잡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그렇게 한달간 A4용지 17페이지 정도의 글을 썼다. 글은 읽혀야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완성된 글을 어딘가에 올리고 싶었다. 매체를 고민했다. 여러 매체를 살펴보니 브런치 특유의 느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타 매체와 달리 '글'이 중심이 된다는게 좋았고 배치나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서랍에 몇편의 글을 썼다. 첫번째 작가신청을 탈락하고, 조금 글을 다듬어 두번째에 신청을 통과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연재
이미 써둔 글을 연재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어디에서 끊어야할지 고민도 됐고, 사진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민해야 했다. 무엇보다 처음엔 이것저것 유용한 정보를 같이 넣으려고 했는데, 이 정보들을 단순히 복사+붙여넣기가 아니라 나만의 글로 우려내고 싶었다. 근데 쉽지 않았다.
잘 하려는 부담감이 커지자 점차 연재에 흥미를 잃었다. 뭐든지 내키는대로 하는 성격이기에, 몇 편 연재를 하다가 약 1년 간 연재를중단했다. 그러다 요 근래 어찌됐든 끝은 내야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폴더에 고이 저장된 글에 빛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렸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기로 했다. 처음 써둔 글을 끝까지 연재만 하자. 모 작가가 말하길, 책을 출판하고 가장 가슴이 철렁할 때가 오탈자나 잘못된 부분을 발견할 때라곤 하는데 출판책과 달리 브런치는 그때그때 잘못된 부분을 고칠 수도 있지 않은가. 유용한 정보를 넣는 것이며 사진을 예쁘게 포함하는 것은 글을 세상 밖으로 꺼낸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나 표현이나 구성이라도 일단 꺼내놓자. 이렇게 생각하니 2주만에 남은 부분을 모두 연재할 수 있었다.
물론 용두사미같은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웹툰 작가들이며 많은 사람들이 작품 초반에 시작은 잘 하지만 나중에 왜 힘을 잃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나는 어찌됐든 하나의 '끝'을 냈다. 다른 글을 쓰든 이 글의 완성도를 높이든, 나는 하나를 끝냈기에 다음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서툴어도 괜찮다
사실 살면서, 백수인 채로 그리스에서 살던 때처럼 여유있게 글을 쓰고 생각을 할 시간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걸 생각하면 아쉽지만 익숙한 공간이라도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걸 잘 다듬고 엮어 글로 풀어낼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쓸 것이다. 조금 서툴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