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우리를 위해 차를 렌트했단다. 아라호바와 델피를 거쳐, 메테오라를 다녀오자고 한다. 이미 호텔까지 예약해놨단다. 이탈리아 여행에,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아직 내 몸상태는 회복이 전혀 안되었는데 그건 고려사항이 아닌 것 같다. 울며 겨자먹기로 길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날씨까지 안좋다. 아테네 근처에서 내리던 비가 아라호바 근처에 갈 수록 눈으로 변한다. 아라호바 마을에 도착하니 눈이 50센치는 쌓인 것 같다. 예쁜 마을인 것 같긴 한데 눈이 너무 와서 다니기가 불편하고 몸이 얼 것만 같았다.
일단 몸도 녹일 겸 현지인 추천을 받은 레스토랑에 가서 멋진 점심을 먹었다. 날씨가 좋으면 아라호바 마을을 구경할텐데 도저히구경을 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 점심만 간단히 먹고 다시 차를 탔다. 아라호바에서 메테오라까지 적어도 2시간 이상은 더 가야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스노우체인도 없단다. 이러다 조난이라도 당하는 거 아닌가 겁이 났다. 그런데 막상 언니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눈이 내려 풍경이 예쁘다고 한다. 겨울왕국 같기도 하고, 눈보라를 헤치고 떠나는 어드벤쳐 같단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가는 내내불안한 마음을 애써 차분히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저지대 쪽으로 가니 여긴 눈이 언제왔냐는 듯 도로가 깨끗하다. 문제는 아라호바에서 메테오라까지 눈 덮인 산속 도로를 몇 번이나 거쳐야 했다는 점이다. 그리스가 산이 많다고 하더니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다. 도로 사정이 좋을 때는 2시간 남짓 걸리는 아라호바-메테오라를 우리는 5시간은 걸려서 도착했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밤이었다. 어드벤쳐는 어드벤쳐였다. 큰 사고 없이 메테오라까지 도착한 것이 지금도 감사하다.
하늘 위의 수도원, 메테오라
다행히도 메테오라 근처는 아주 날씨가 좋았다. 어제 했던 고생들이 마치 꿈인 것 같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하늘 위의 수도원으로 향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위치한 수도원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마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다. 1인당 입장료 3유로를 내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그 중 가장 큰 수도원에 들어갔다. 여자들은 무조건 큰 수건을 다리에 둘러야 한단다. 겉옷 위에 대충 수건을 둘렀다. 우리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기념사진을 하나 찍었다.
들어가서 보니 해골들이 모아져 있는 방도 있고, 오래된 부엌도 있고, 작은 박물관과 기념품관도 있다. 하나하나 눈에 담아 본다. 바깥으로 나가 다시 풍경을 보는데 겁이 많은 나는 까마득한 밑을 보니 머리가 핑핑 돌았다.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지나가건 말건 신경도 안 쓰고 열심히 뛰어놀고 있다. 기회다 싶어 열심히 카메라에 고양이들을 담았다. 고양이들은 언제나 옳다.
짧은 관람을 끝내고 수도원에서 나와 다시 돌아보는데 절벽 위 안전장치 하나 없이 케이블카에 사람이 타있었다. 아찔하다. 우리가 놀라며 인사를 하니 해맑게 손을 흔든다. 놀랍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수도원 입구 근처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우리가 나가니 호객행위를 한다. 마그넷 3개 5유로!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상인들이 서툰 한국어로 호객행위를 한다. 마그넷을 모으는 나는 3개 5유로를 외치는 할머니에게 마그넷을 샀다. 가장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