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
엄마도 아이와 함께 '태어난다'는 말이 참 좋았다. 아이의 시선으로 엄마의 '처음'을 응원하는 그림책.
아기와 함께하는 엄마의 "몸의 변화", "먹이 활동", "수면 활동", "배변 활동" 등을 보여주고, "엄마의 가방"에는 도대체 뭐가 이렇게 많은지, "엄마의 엄마"를 만날 때는 엄마가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정말이지 사실적이고 따뜻하게 보여준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기는 아기대로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서 그려지는 점도 좋다.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은 "엄마의 기분"인데, 출산 전에는 '아 그렇구나'하며 넘겼던 엄마의 얼굴들이 이제와 보니 내 모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공감이 되는 마법. 즐겁고 기쁘고 신기하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답답했던 순간들, 아기의 뒤통수를 보면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영화나 드라마 속 임신과 출산, 육아는 대부분 아름답고 축복이며 행복의 이미지다. 그게 다가 아닐 거라는 것쯤은 누구나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럼 뭐가 어떻게 더 있는지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생각해보면 이 과정을 자세히, 깊이 있게 보여주는 콘텐츠 자체가 거의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그런 점에서 최근에 본 넷플릭스 드라마 <조용한 희망>은 인상적이었다.)
그래 봐야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아기를 만난 후 여러 심경의 변화를 겪고 바닥도 쳐 보면서, 새롭게 배우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내게는 앞으로의 삶까지를 포함해서 전체를 통틀어도 너무 중요한 시기로 남을 지금을 어떻게든 기록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