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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Apr 19. 2024

4일 동안 3개국 여행 part 4. 프라이부르크

마지막 날 ft. 블랙 포레스트 2023.06.18


긴 주말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지난 3일간 3개국을 넘나들었던 대장정의 마지막. 사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다 가지고 움직일 생각이었던지라, 마지막 날에는 크게 세운 계획이 없었다. 어디 가서 맛있는 커피나 마시면서 첫날 가지 못했던 프라이부르크 대성당이나 가야겠다- 막연히 생각했던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도 맑음. 프라이부르크 있는 내내 날이 엄청 더웠다. 흐린 날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뜨거운 땡볕 아래 걷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기분 좋게 맞이한 마지막 날 아침. 크게 일정이 없어 천천히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체크아웃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별도의 과정 없이 그냥 카드 키를 체크아웃 박스에 넣기만 하면 끝! 그래도 4일간 묵었던 숙소인지라 왠지 아쉬운 마음에 체크아웃 기념샷 한 장 찍고 트램을 기다리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먼저 프라이부르크 대성당으로 향했다. 첫째 날 행사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서 오늘은 꼭 들어가 보리라! 했는데- 웬걸, 미사 중이란다... 그래서 오후 1시 반 이후에나 입장이 가능하다고... 이런! 내 기차는 2시. 시간이 너무 애매하다. 미사를 보면 안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독일어로 진행되는 대다가 굳이 성당 내부를 보겠다고 억지로 미사를 볼 마음까지는 들지 않아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또 프라이부르크를 올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기회에-






사실 대성당 외에는 딱히 계획이 없었는데 전날, 재미있는 연락을 하나 받았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아이리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친구의 직업은 바리스타이다. 이 친구가 베를린에서 살 때, 나는 이 친구 카페의 단골손님이었고 그때의 인연으로 이 친구가 베를린을 떠난 지금도 종종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프라이부르크에 있다고 소셜 미디어에 올리자, 그거 본 친구가 본인이 베를린 이전에 프라이부르크에 살았었다며 두 가지를 추천해 주었다. 첫 번째는 본인이 예전에 일했던 카페를 추천해 주었고, 두 번째는 그 카페 바로 뒤에 펼쳐진 하이킹할 수 있는 블랙 포레스트에 가보는 것을 추천해 주었다.


우선 카페인이 필요했던 나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공원에 위치한 작은 간이식(!) 카페로 테이크 아웃이 주로이고, 실내 좌석은 없지만 밖에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나 의자가 구비되어 있었다. 우선 나는 그늘진 곳에 의자 하나를 맡아두고 주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주말이라 그런지 주문줄이 제법 길었다.


나의 선택은 아이스 플랫화이트. 그리고 간단히 먹을 디저트도 함께 주문하여 그늘지고 바람 솔솔 부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공원에는 마침 생일 파티를 하는 가족들부터 무슨 모임인지는 모르겠으나 대규모 그룹의 사람들이 앉아 자유롭게 수다를 떨고 있는 등 평화로운 풍경들이 가득했다.









스티커도 귀여워서 노트북에 붙이려고 챙기고- 한잠 편안한 의자에 기대서 멍을 때리며 쉬어갔다. 카페 바로 옆에는 블랙 포레스트로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케이블카가 있다. 사실 친구는 전망대에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는데, 이미 호텔을 체크아웃한 상황에서 짐을 모두 가지고, 이 더운 날씨에 그 거리를 하이킹하는 것은 다소 무모하지 싶어 케이블카로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볍게 가보기로  결정!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남산을 생각하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나는 이미 그리스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ㅎㅎ) 단순하게 레일을 따라 산 중턱까지 정도 올라가는 수준이다. 물론 올라가면서 풍경도 볼 수 있고 하지만, 우리나라 남산 케이블카처럼 한눈에 탁 트인 전망이 다 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ㅎㅎ








케이블카를 타자 금세 중턱에 도착했다. 그곳에 올라가 지도를 보니, 여기를 기점으로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잘 안내되어 있었다. 사실 케이블카 도착지 바로 옆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어서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 하니, 직원에게 "조금 있다가 와서 점심을 먹을 테니 혹시 내 가방 하나만 잠시 맡아 줄 수 있을까?"라고 물었는데, 직원은 가방 분실 시 본인들이 책임질 수 없다며 거절했다.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이었지만 메뉴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짐을 맡기지 못한다면 사실 크게 메리트가 없음으로... 나는 짐을 가지고 주변만 간단하게 돌아보기로 했다. 








대충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금세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케이블카 옆에 앉아서 잠시 풍경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쉬어갔다. (아마도 레스토랑의 일부로 행사를 위해 대여해 주는 공간에 딸린 테라스 같은데, 행사를 이미 마치고 정리하는 중인 데다가 이미 몇몇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길래 조용히 합류해 보았다 ㅎㅎ)


잠시 숨을 고르고 전망으로 피로를 풀었다. 멀리 대성당도 보이고, 나름 프라이부르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마침 정각인지 대성당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참으로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안녕, 프라이부르크 + 도이치반...!!


한참 전망을 내려다보며 멍-을 때리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어느덧 돌아갈 시간. 기차 시간이 다 되어가 역 주변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기차에 올랐다. 다행히 기차가 중간까지는 크게 붐비지 않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물론 큰 도시를 지나갈 때마다 기차는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만석...






이번에는 좀 순조롭게 가는가 싶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도이치반.


선로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단다 (말 그대로 안내방송에도 something!!!이라고 나왔던...) 덕분에 베를린을 코앞에 두고 (프라하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비텐베르크에 멈춘 기차는 그 상태로 1시간 정도 대기. 다행히 지연된 출발 시간을 알려줘 콧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모두 답답했는지 플랫폼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수다도 떨고, 나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 마침 점점 능선 뒤로 넘어가는 노을을 보며 긴 기차 여정 중간, 나름 쉬어갈 수 있었다.


섬나라와 다름없는 한국에 살다가 유럽에 살며 가장 신기한 것들 중 하나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원한다면 하루에 셀 수 없이 국경이 넘어 여러 나라 방문이 가능하다는 것. 지금까지 몇 번 이런 경험을 해보긴 했지만, 오롯이 혼자 주말여행을 하며 국경을 넘어본 적은 처음인지라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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