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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야 잘 쓴다

by 초코머핀


최근 주 5일 전부 사무실 출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거의 5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반은 재택, 반은 사무실 근무인 스케줄이었으니 꽤 큰 변화였다.


일어나자마자 커피만 내리고 컴퓨터만 켜면 간편히 시작되던 하루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제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10분 간격으로 맞추고, 가장 빠르게 사무실에 도착하는 교통수단을 정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보고 시간을 재보기 시작했다. 8시간은 무조건 사무실에 있어야 하니,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퇴근한 나머지 시간에 짧고 굵게 집중해서 마무리해야 했다.


중요한 일은 까먹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캘린더 인바잇도 보내놓는다


내 마음대로 여유 있게 쓸 수 있었던 시간이 사라지니 분 단위로 신속하게 움직이게 된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피곤함이 쫙 밀려오는군 흑흑 ㅠㅠ


하지만 몇 주 지나니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내가 시간을 훨씬 잘 쓰고 있구나! 먼저 핸드폰을 보며 하염없이 보내던 시간이 줄어들었다. 굳이 체크하지 않아도 되는 이메일은 눈길을 주지 않고,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을 단지 지금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다. 타인이 나에게 별 생각 없이 했던 말을 무슨 의도일까 곱씹어 볼 시간과 에너지도 없다.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더 중요한 것에 알아서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겪는 흔한 스트레스는 뭔가가 '없어서' 일 때가 많다.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특히 또 돈이 없어서, 다들 힘들어하고 싸움이 난다. 모든 사람이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비해, 자원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사람은 계속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고안해 낸다. 잘 벌 때는 별생각 없이 써버리는 돈도, 모자라면 어떻게든 주어진 걸 최대한 활용해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이번주의 소원: 뭔가 없어서 힘들다면, 없기 때문에 더 밀도 있게 쓴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없어야 잘 쓴다.


피곤함과 맞바꿔 얻은 멋진 사무실 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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