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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희윤 Oct 30. 2022

실패는 교양이다

당신을 위한 안티-자기계발서

실패의 보편화


망한 사람 눈에는 망하는 것만 보이는지, 요즘들어 뉴스는 실패투성이다. 


몇 년 전부터 전통적인 자영업자들이 망하고 있다. 동네 세탁소, 옷가게, 재래시장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의 등장으로 빠르게 도태되고 있다. 이들을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밀어낸 스타트업도 상황이 좋지는 못하다. 돈이 귀해지는 바람에 수익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업체들은 투자 유치에 실패하거나, 기업가치가 반토막이 나면서 성장 또는 상장 실패의 기로에 서있다. 


이들을 견제하던 대기업도 원자재값, 물류비 폭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유업계 3위의 대기업이 사업을 종료하며 수 백명의 직원을 일시에 해고해 논란이 됐다. 사정이 이러한데 일반 개인들이 괜찮을 리 없다. 불과 몇 달만에 폭락한 증시나 치솟는 금리, 얼어붙은 시장을 보면 실패한 도전에 좌절하는 개인들이 그려져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이 흐름은 아마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아무 도전 없이 가만히 있을 우리들이 아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바쁘게 움직여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 생각이 우리로 하여금 꿈꿔왔던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게 만들어준다.


당연한 말이지만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망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지난 몇 년간 신생기업은 꾸준히 늘어왔고, 소멸기업도 유사한 비율로 증가했다. '내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경험할 것이고, 실패는 점점 더 보편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을 '교양'이라 부른다.


감히 예측해보건데, 앞으로 실패는 교양이 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제는 정보가 넘쳐난다. 내가 왜 망했는지, 남들은 어떻게 망하는지, 앞으로 안 망하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실패에 관대한 사회'를 넘어 실패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지금보다 더 많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데이터도 이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자영업자도 방문자, 매출, 손익, 추이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클릭 몇 번이면 내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흥망성쇠가 한 눈에 그래프로 그려진다. 기관에서는 공공데이터를 통해 무료로 상권∙업종 분석 툴을 제공하고, 민간 업체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업계의 동태나 현황까지 리포트로 제공한다. 잘 망하는 일은 더 쉬워졌

 

그럼에도 실패를 대하는 우리의 전략과 자세가 예전과 같다면, 그건 정말로 망하는 거다.

 


당신을 위한 안티-자기계발서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도전이 성공하고, 모든 사람이 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세상 말이다. 아쉽지만 자본주의가 그렇다. 성공을 좇기로 했을 때 우린 이미 이 룰에 동의했다.


당신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있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대에 많이 못 미칠 수 있다. 끝내주는 자기계발서나 환상적인 성공스토리는 동기부여를 위한 도구로 족하다. 누군가는 현실적일 이야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든 공들인 사업이 망해가고 있든, 나는 당신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지 않다. 대신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잘 망하면 되는 일이다. 그것만으로 본전 이상이다. 지난 몇 년간 거세진 자기계발 트렌드를 역행하는 말 같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책으로든 현실에서든, 지금까지 만나온 성공한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참 많았다. 


_그들은 일어나지 않을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남 탓을 하거나 하소연을 하지 않는다.

  ⇒ ①조용히 망해라

_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일련의 선택으로 자신의 길을 만든다.

  ⇒ ②포기하지 말고 망해라, ③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망해라

_절대로 순순히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이미 일어난 일에 연연해서 상황을 그르치지 않는다. 

  ⇒ ④자기주도적으로 망해라, ⑤미련 없이 망해라

_자신의 실패를 공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데다, 어떻게든 다시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낸다.

  ⇒ ⑥공개적으로 망해라, ⑦지속가능하게 망해라


그렇다. 결과를 제외하면 잘 망하는 일은 성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력과 의지만으로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잘 망할 수는 있다. 당장 성공한 사람이 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들이 가진 공통점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성공에 가까운 사람이고 싶다. 그게 더 나은 삶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수학과 통계 따위는 꺼지라고 하자. 현실이 어찌됐건 다 성공하려고 시작한 일 아닌가. 


실패했지만 우리는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걸로 된 거다. 주저앉지 말자. 당장 성공에 도달하는 지름길 따윈 없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경유지를 추가하자. 결과 이전에 단단한 과정을, 성공 이전에 좋은 실패를. 이 여정이 나와 당신을 더 먼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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