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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Nov 30. 2023

4주 차 - 임신 중 여행은 어려워

아내 배 속에 아기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어딜 가더라도 조심하게 된다. 혹시나 아내 몸에 무리가 가서 산모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까 봐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나 옆에 있는 남편에 입장에서는 임산부의 컨디션이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항상 ‘괜찮다 ‘는 아내의 대답보다는 상태를 더 정확히 알고 싶어 관찰을 하는 편이다. 이 시점에서는 우리 가족이 나만 빼고 한 몸에 있다 보니 다소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디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실제로 여행을 가는 것도 정말 조심스럽다.


결혼 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 출국하는 비행기를 같이 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내는 임신 전 3~4월 따스한 봄에 가까운 곳이라도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미리 비행기 표를 예약하려는 아내에게 임신 결과를 받아보고 아기가 이번에 찾아오지 않으면 다음번 시도를 하기 전에 여행을 가자고 타일렀다. 임신 소식을 받아 든 아내는 여전히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안정기도 아닌데 혹시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결국 해외로 나가는 것은 포기했다. 괌 -> 일본 -> 제주도 -> 부산 순으로 여행 목적지를 변경했다. 부산은 그나마 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산모와 아기에게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도 낮았고, 응급상황에는 주변 대형 병원도 갈 수 있기 갈만한 선택지였다. 아내는 이전처럼 여행에 대한 의욕이 넘쳤지만, 여행 초반부터 바뀐 자신의 상태를 발견한 듯했다. 차를 오래 타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계속 걷기도 힘들었고, 음식을 잘 먹지도 못했다. 평소에 우리는 입덧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오래 앉거나 걸어서 그런지 소화가 잘 안 되고, 식사를 잘 못하는 상황 자체가 입덧이었다.



첫날은 저녁식사를 조금은 했지만 속이 불편해 보였고, 2일 차에는 아예 저녁식사를 포기했다. 같이 여행 간 처남과 둘이서만 줄 서는 부산 맛집에서 밥을 먹는데, 다채로운 색을 띤 해산물 음식을 보고 임신 전 아내라면 참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2박 3일 동안, 우리는 임신 전처럼 이곳저곳 열심히 돌아다니는 여행 대신 숙소 근처의 해운대 달맞이 길을 걸으면서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이전처럼 다양하고/익사이팅한 재미는 찾지 못하겠지만 앞으로는 소소한 행복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게 부모가 되는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육아를 시작하면서 그런 변화는 모든 방면에서 찾아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은 아이들이 아직 배 속에 있지만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놀러 간 첫 여행지였다. 부산 어딜 가나 그려져 있는 ‘부기’ 캐릭터와 2030 엑스포 유치 기원 플래카드와 홍보를 보니 2030 부산 엑스포가 열린다면, 배 속 아기들이 7살이 되어 같이 부산에 놀러 오는 상상을 해보며 부산을 떠나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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