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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Dec 08. 2023

5주 차 - 음식과 가짜 정보


아직도 임신이 실감 나지 않는다. 새로운 생명이 생겼지만 별다른 차이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아내는 임신 이후 큰 증상도 없고 외관상 변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 후 가입한 어플에서는 매주마다 아이들의 감각기관과 신체기관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지금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 임신 중 아이들에게 어떤 게 좋은지 조금씩 공부를 해야 할 때이다.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음식이었다. 매일 매 끼니마다 이미 음식을 먹고 있기도 했고 임산부가 직접 섭취하는 거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바로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과 출산에 안 좋은 음식은 피하고, 도움이 되는 음식은 더 섭취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아이들에게 바로 ‘영향’이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막상 어떤 음식이 임신 중 먹으면 안 되는지, 혹은 임신 중 도움이 되는지 찾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반대되는 내용도 많았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임신 중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오히려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음식 자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바뀔뿐더러, 지역별로 다양한 변주가 있기 때문에 딱 잡아서 ‘먹으면 좋다’, ‘먹으면 안 좋다’라고 판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옛 어른들은 임산부가 반드시 기피해야 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냉장 보관 기술이 늘어남에 따라 임신과 무관해진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임산부 식이에 관한 믿지 못할 자료가 넘쳐난다는 것이 아쉬운 일이다.


나와 아내도 임신/출산을 처음 겪다 보니 모르는 것이 많고 궁금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주변에 아이가 있는 집도 많지 않아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다. 부모님이 알고 있는 정보는 대게 30년 전 정보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게다가 인터넷 정보는 오락가락하니, 잘못된 믿음이나 지식에 빠지기 쉽게 느껴진다. 이럴 때일수록 상식적인 기준으로 음식을 가리기로 했다.


‘주로 찬 기운이 있거나, 쉽게 부패하거나 상할 수 있는 음식은 되도록이면 안 먹거나 적게 먹는 방향‘으로 정했다.


임신 중 음식 섭취에 대해서 찾다 보니 아내의 입맛이 임신 전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자주 먹던 돼지고기를 냄새가 난다고 전혀 먹지 못하면서 임신이 우리 밥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다음에는 우리의 무엇을 바꿔놓을까? 아이들의 첫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있으니 걱정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온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입학통지서를 받아본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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