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제의 하루 Nov 23. 2023

3주 차 - 집 3채

아기가 아내의 뱃속에 생겼다고 하지만 실제로 체감되지는 않았다. 가장 확실한 확인 방법은 바로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 병원에 가서 초음파 사진을 보고 난 후에야 실감이 될 것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 영상을 확인했을 때 현장에 있는 모두가 놀랐다. 1개도 만나기 어렵다는 아기집이 3개나 있었다. 의사 선생님도 놀라움과 황당한 표정을 섞으며 세 쌍둥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결혼 전에도 가끔 나는 어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쌍둥이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심지어 삼둥이라니?!


먼저 현장에 있던 나는 통보를 듣자마자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솔직히 ‘우리가 제대로 키울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일 먼저 들었다.


아내도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할 말을 잊은 듯했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 아내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도 꽤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선생님이 당황했다면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잠깐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우리 부부에게는 ‘아내의 또 다른 지영쌤’이었다. 몇 년 전부터 아내의 허리 시술을 해준 선생님도 지영쌤이었고, 우리 임신 준비부터 제왕절개 수술을 할 선생님도 지영쌤이다. 이름은 같지만 두 분은 분야도 성향도 전혀 다른 의사였다. 허리 시술을 해준 지영쌤은 엄마처럼 공감해 주고 아내를 토닥여주는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었다면, 산부인과 지영쌤은 설명도 거의 하지 않고 친절보다는 필요한 말만 하는 의사 선생님이다. 아내는 친절하게 많은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병원이나 의사 선생님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닌지 고민했지만, 나는 왠지 논리적이고 차분한 의사도 좋을 것 같아 아내를 설득했다. 그러니 이런 차분한 지영쌤이 삼둥이라고 놀라면서 말하는 걸 보면 이건 정말 놀랄 일인 것이다!!


그리고는 지영쌤이 다시 차분한 톤으롤 돌아와 3명이면 이 병원에서는 출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더 상급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산모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3명 중 1명은 ‘선택적 유산’을 할 수도 있다고 안내해 줬다. 하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아이를 어떻게 ‘선택’ 한단 말인가? 그리고 우린 이미 ‘임신’이라는 선택을 했고 이런 결과가 찾아왔다. 결과까지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양가 부모님에게도 삼둥이라는 소식을 양가에 전했다. 부모님들 모두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으셨다. ‘어..?’라는 쉼표 뒤에 물음표가 나오는 반응. 나도 어깨가 갑자기 더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막상 어차피 닥친 일이라고 마음먹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과 오히려 세 명이면 나라에서 지원도 좀 더 받고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좀 더  든든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명이나 3명이나. 큰 차이가 있겠지만 어쩌겠어.’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전 02화 2주차 - 선명한 두 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