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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Nov 12. 2023

0주차 - 다시, 시작.

사진: Unsplash의Ben Wicks

우리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둘 다 아이들을 좋아했다. 특히 아내는 아기를 좋아해서 유아교육과에 가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 만큼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아내는 오촌 조카들이 무려 8명이나 있었는데, 조카들을 돌보기 위해서 자주 큰 집에(사촌 언니들 집에) 갔다. 조카가 없던 나도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조카들과 여친(이었던 현재의 아내)과 같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내는 나와 결혼을 언제 진지하게 생각했냐는 질문에 항상 ‘조카들과 잘 놀아주는 것을 보면,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잘해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라는 대답을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분명 우리의 아이가 생긴다면 사랑을 듬뿍 담아 아이들을 키우겠지’라는 막연한 미래를 당연하게 상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가 결혼하고 우리 부부가 임신을 계획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우리의 시도를 가로막는 일들이 일어났다. 한 번은 아내의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서 시술을 받아야 했고, 다른 한 번은 아내가 때늦은 코로나19에 걸려 심하게 아팠기 때문에 임신 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마다 이번은 기회가 아닌가 보다 하고 넘겼다. 어떻게 보면 이번 도전은 제대로 시도한 두 번째 시도였다.


우리는 결혼을 20대 후반, 주변 사람들보다 일찍 했다. 아쉽게도 결혼하자마자 유행한 코로나19와 함께 임신에 대한 계획도 전부 올스탑이었다. 마음껏 돌아다니는 신혼생활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4인 이상 집합 금지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시절에 신혼 생활 4년이 지났다. 코로나19가 끝나고 나니 30대 초반이었던 우리도 어느새 삼십 대 중반의 나이가 돼버렸다. 이제는 우리가 늘 꿈꾸던 사랑스러운 자녀들과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에 시간이 충분히 넉넉하게 남아있지 않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병원에서 자연임신을 좀 더 시도해 보자는 이야기를 뒤로하고 바로 이번부터 인공수정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번 노력의 결과는 2주 뒤에나 알 수 있다. 이런 걸 보면 ChatGPT 같은 AI가 어느 질문에나 척척 답변을 해주고, 우주에 제임스웹 같은 초거대 망원경을 보내는 시대에도 사람 몸 안에서 일어나는 임신이라는 변화를 빠르게 알아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임신에 관해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모른다. ‘임신과 출산’은 많은 사람이 인생에 한 번은 겪는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이번에 우리에게 아기가 찾아올까? 아니면 찾아오지 않는 걸까? 우리의 현재 몸무게, 음주 정도, 야근 횟수, 건강 상태는 지금 만들어질 아이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 걸까? 임신 중 먹는 음식과 감정, 경험은 태아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우리는 여전히 임신과 출산에 대해 잘 모른다. 이럴 때는 수천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자주 써먹던 방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늘을 바라보며 하는 막연한 기도와 소망. 아기가 우리에게 찾아오길, 그리고 항상 건강하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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