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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Dec 26. 2023

7주 차 - Three Two

병원에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왔다. 아직 안정기가 아니기 때문에 검사결과를 보기 전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특히나 세 쌍둥이가 주는 특별함은 병원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평범한 사람인 우리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걱정으로 다가온다. 아내를 따라 들어간 초음파실에서 지영쌤의 덤덤한 멘트를 듣는다.


“아기집은 2개가 보이네요.”


아마도 가장 작은 점이었던 것이 자연도태된 것이다. 선생님은 아직 정상적인 아기가 되기 전에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사전에 이야기는 했었다. 그럼에도 만약 내가 선택적 유산을 선택했더라면 다른 아이가 사라지고, 지금은 사라진 아이가 살아서 아기집이 되고, 건강한 태야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쓸데없는 가정을 해보면 사라진 아이도 생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잊어버리긴 어렵다.

아이들의 태몽은 아내가 꿨는데, 아내와 내가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사자와 돼지가 차 앞으로 와서 아내의 품 속에 안기는 꿈이었다. 그런데 사슴이 안기지는 않고 차 앞으로 지나갔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슴처럼 우리를 스치고 지나간 아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곤 한다. 그 아이는 또 어떤 아이였을까?


셋에서 둘. 5명과 4명 가족은 딱 한 명 차이지만 굉장히 많은 차이를 만든다. 5인 가족은 당장 집도 이사해야 하고 차도 카니발로 강제로 바꿔야 한다. 나중에 어디로 놀러 간다고 해도 숙소부터 모든 게 4인 가족 기준이다. 방부터, 어디 놀러 가서 타는 놀이기구나 스키장 리프트까지도 가족이 2그룹을 나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어른 2명이서 육아에 전념을 한다고 해도 동시에 아이 3명을 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잠시나마 상상하고 고민했던 삼둥이네 가족에서 쌍둥이 가족으로 난이도가 하락했다. 그런 면에서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쌍둥이로 찾아온 것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우리에게나, 돌봄을 당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나 다행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지지 못한 것은 바로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집으로 커진 두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흔한 TV 속 장면에서는 이 타이밍에 남편이자 예비 아빠로서 남자들이 눈물을 흘리던데, 눈물이 많은 나조차도 그런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마냥 신기하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고, 정말 이제는 생명이 아내의 아직 불룩하지 않은 배 속에 있다는 게 믿기기 시작했다. 시각적인 신호 외에도 청각적 신호를 엄마 배속 그 깊숙한 곳에서, 손톱보다도 작은 심장에서 우리에게까지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소리들을 듣기 시작하면 ‘생명의 태동’이라는 단어가 바로 머리에 떠오른다. 생명이 없던 상태에서 심장이 마구 뛰는 아이들이 탄생하는 신비. 우리는 본격적인 임신과 출산 준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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