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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an 08. 2024

9주 차 - 젤리곰 형제들

사진: UnsplashAltair Valasek

본격적으로 아내의 입덧이 심해졌다. 이제 고기는 냄새 때문에 아예 먹지 못하고 빵과 면 종류로 대신 끼니를 때우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를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임신이 주는 변화가 놀랍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벌써부터 아이들이 우리 두 부부의 삶을, 취향을, 습관을 조금씩 달라지게 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입덧이 이만하면 다행이야’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주변 쌍둥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덧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해 쓰러져 입원하신 분도 계시니 아직 씩씩하게 걸어 다니면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의 욕심이란 자기가 가진 것보다 커지기 마련이다. 이 정도로 입덧이 심하지 않은 것 만으로 만족해야지. 


아내는 배도 계속 아프고 밑 빠지는 느낌도 들어서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조금만 이상해도 혹시 몰라서 다시 초음파를 찍으러 간다. 쌍생아를 임신했다는 것만으로도 위험군에 속하고 산모와 아이들 모두 언제 비상사태가 올지 모르는 ‘대기’ 상태다. 태아 보험도 일반적인 아이들처럼 들 수가 없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 모봉이들이 잘 있는지 눈으로 확인 후에야 안심이 된다. 다른 단태아 아이들에 비해 아이들이 확연히 작기도 하고, 양수가 부족할 수 있다고 한다. 원래는 2주 간격으로 봐야 할 초음파를 1주일마다 확인하니 배 속에서 커가는 모습을 좀 더 단계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젤리곰도 확연하게 보여서 좋았다. 아기들이 본격적인 사람의 형상을 갖기 전에 큰 머리와 몸, 그에 비해 짧은 팔다리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산모들 사이에서는 ‘젤리곰’이라고 부른다. ‘젤리곰’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초음파 사진을 보면 귀여운 모습이다. 특히 둘째 봉봉이가 자꾸 안쪽에 숨어있어서 초음파에 잘 안 보였는데 이번에는 수영하는 듯한?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서 한참을 지켜봤다.



9주 차에는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뼈가 자라는 시기로 점점 손가락과 발가락이 구체적인 모양을 갖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나 저녁에 잠들기 전에 아내 배에 손을 얹고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려고 한다. 요즘에는 육아 어플에서 태담이라고 읽어줄 내용이 나오지만, 나와 아내의 하루 일과 혹은 모봉이들한테 들려줄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생각해 내어 차근차근 이야기해 줄 때가 많다. 이렇게 배에 대고 이야기할 때면 내 이야기가 닿기보다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목소리와 설렘을 기억해 주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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