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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an 03. 2024

8주 차 - 기쁜 소식

사진: UnsplashBogomil Mihaylov

지금까지는 임신 사실을 직계 가족들에게만 공개한 상태다. 하지만 조만간 주변에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오고 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곳은 아내의 직장이다. 이전에 ‘핑크 뱃지’ 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내의 직장은 출퇴근 길이 매우 험난하고 야근이 많다 보니 산모와 아이들에게 위험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임산부 단축 근무 등 회사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부터 임신과 출산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모두의 축하를 받아도 모자란 임신이지만, 임산부의 직장에서는 마냥 축하해줄 수 없다. 당장의 단축근무부터, 이후에 출산휴가, 육아휴직까지 당연한 권리로 느껴지기보다는 회사에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육아휴직 이후 직장 생활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부부는 쌍둥이인 만큼 엄마가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직접 키우는 방향으로 조금 일찍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경력 단절은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우리가 8살,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사회에 나올 때까지 16년이 넘는 교육을 받았던 이유였던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잠시나마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남편의 육아휴직은 공무원, 공기업, 일부 대기업에서는 가능하지만 한 명이 아쉬운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아직도 불가능에 가깝다. 작년 어느 술자리에서 단 한 번뿐인 아기의 유년 시절을 육아휴직을 하고 아빠로서 옆에 있어 주고 싶었는데 사측에서 그럴 거면 나가라는 우회적인 답변을 들었다던 어느 아빠 술잔을 마시며 들려주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이 곁에 있을 수 없는 부모. 어릴 때부터 부모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마냥 행복하고 즐겁게 알릴 수 없는 사회. 여기서부터 저출산을 비롯한 많은 사회 문제가 피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상상을 해봤다.


임신 사실을 밝힐 때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아이들의 ‘태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결혼 때부터 우리 부부는 내 이름의 한 글자를 반복해서 ‘모모’라는 태명을 지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쓸 수 있는 태명이라 임신 후 태명을 고민할 필요가 없을 줄 알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쌍둥이인 덕분에 쌍둥이에게 맞게 태명을 다시 지어야 할까? 아니면 한 명은 ‘모모’, 다른 아이에게는 새로운 태명을 지어줘야 할지 고민이 시작됐다. 주변 추천을 받아 몇 개의 태명을 불러보기도 했지만 가장 입에 잘 맞는 것은 ‘모모’처럼 한 글자 반복하는 태명이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이름 한 글자를 따서 ‘봉봉’으로 지었다. 그래서 아가들의 태명은 ‘모모’와 ‘봉봉’. 급작스럽게 지은 거치고는 태명을 부를 때마다 제법 운율도 맞고 귀여운 느낌이다.. 쌍둥이의 특이한 태명 때문인지 주변에서 태명을 기억해 주는 분들도 생겼다.


임신 사실을 오픈할 때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친척 중에 ’쌍둥이‘가 있냐는 질문이다. 자주 질문을 듣다 보니 부모님에게 무심코 친척 중에 쌍둥이가 있었나 하고 물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친척, 이모할머니가 쌍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이모할머니는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 근처에 계속 거주하셨기 때문에 꽤 많은 교류가 있었음에도 쌍둥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충격이었다. 알고 보니 쌍둥이 ’이모할머니‘는 지방에 살아서 경조사에만 가끔 만났고,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였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나는 우리 동네 이모할머니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맨날 구전으로만 들었던 지방 이모할머니의 정체는 내 인생 34년 만에 밝혀졌다. 이제는 누군가 주변에서 쌍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친척 중에 쌍둥이가 있냐는 이야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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