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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an 23. 2024

11주 차 - 결정장애

시간이 참 빠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임신 성공으로 아내와 기뻐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1주가 돼버렸다. 12주까지 무사히 안정기가 찾아올 수 있기를. 아내가 본격적으로 출산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특히나 쌍둥이의 경우에는 보통 3주는 일찍 나오고, 일반적으로는 제왕절개로 출산한다. 안 그래도 작은 시술에도 무서움이 많은 아내 혜미가 제왕절개를 비롯한 출산 전 과정을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아니다 다를까, 아내는 출산에 대한 블로그, 유튜브 등을 보면서 미리 겁을 먹고 있다. 이 부분은 남편으로서 위로하거나 달래주기 참 어려운 부분이다. 남편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여자라서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서운한 감정이 생길 수 있기에 무작정 ’ 괜찮을 거야 ‘라는 말로 넘어갈 수 없다. 아직 20주가 넘게 남았지만 다가오는 여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출산이 어느새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간은 흐르고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당장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꽤 있다. 지금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할지? 아니면 서울대병원에서 다태아 전문 교수님을 찾아가 자연분만을 할지? 아이들 태아 보험은 어디서 들어야 할지(쌍둥이라 태아보험 가입 조건이나 보장내역이 단태아에 비해 많이 다르다), 아이들 침대는 어떻게 할지, 집 구조는 어떻게 바꿀지 등등. 나 혼자 살 때나, 아내와 둘이 살 때는 결정할 것들이 제한적이었고 대부분 직감에 따라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 번에 2명이 찾아오다 보니 결정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살펴보고 따져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이 던져주는 여러 선택지에 아내와 나는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아이들이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면 우리 부부는 매 순간 더 다양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되겠지. 지금부터 부모로서 착실하게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가 생겨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부모님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수많은 일을 똑같이 경험했을 부모님. 내가 지금 우리 아이만 했을 때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계셨을지,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진 않을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 고민과 걱정을 안게 된다는 것. 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은 출산과 육아의 길에서 ‘내가 커왔던 길’을 돌이켜보게 되는 것. 그리하여 예전에는 몰랐던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서 깨닫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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